국적을 옮기더라도 신앙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갓 5개월이 된 새색시 이유정(Farida·34)씨. 어릴 적부터 간직했던 가톨릭 신앙을 그대로 이어가는 평범한 평신도다. 그런 그에게도 작은 꿈이 있다. 필리핀에서 라틴댄스 프리랜서와 가수 등 퍼포머로 일하던 그 꿈을 이곳에서도 펼쳐보는 것이다.
“남편과는 마닐라에서 만났어요. 춤을 추면서 만났는데, 2년 연애 끝에 결혼했죠. 사랑 하나로 한국에 왔는데 흥분되면서도 두려웠어요. 제 인생이 360도 바뀐 거예요. 남편과 가족을 제외하고는 모르는 사람들뿐이니까요.”
그는 지금 이주민센터 수원 엠마우스 한국어교실을 다니며 한국 적응에 한창이다. 한국말을 잘 못해 지역 성당을 바로 찾을 수는 없지만, 필리핀에서 가졌던 신앙이 간접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한국 전통과 인사예절, 문화, 한국요리까지 가르쳐주는 엠마우스는 그에게 이제 친정이 됐다.
“노래를 좋아해서 필리핀 성당에서 5년 동안 성가대원으로 봉사했어요. 한국에 조금 더 적응하면 본당 성가대에서 노래하고 싶어요. 그래서 매주 수요일 수원 엠마우스 노래교실도 참여하고 있고요.”
노래와 춤이 좋아 한국에서도 라틴댄스 강사로 일하고 싶다는 그는 12일 교구청에서 열리는 사랑나눔 다문화축제에도 남편과 함께 참가한다. 부족한 한국말 실력이지만 노래 ‘사랑했지만’을 부르고, 부부가 함께 무대에서 라틴댄스를 출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첫 무대, 그가 꾸는 작은 꿈의 첫 단계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신앙은 저를 긍정적으로 살게 해주는 큰 힘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은 하느님 손에 달렸잖아요. 제가 여기 한국에 온 것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하느님의 계획에 달린 일이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는 더불어 ‘하느님이 너무나 좋은 시부모님을 주셨다’고 했다. 굳은 신앙을 가진 만큼 한국에서 다가올 어떠한 일도 그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듯했다.
“이번 축제 무대는 연습을 아직 많이 못해서 긴장이 돼요. 하지만 절 보고 싶으시면 축제에 오세요. 가족들 건강, 그리고 임신, 모든 것이 다 잘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어요. 하느님께서 제 꿈을 이뤄주실 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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