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외신종합】최근 중국 후난성(湖南省)의 창사(長沙)에서 거행된 주교 서품식은 신(新)마오쩌둥주의(Maoism)가 여전히 중국에 살아있음을 보여준다고 아시아계 통신사인 아시아뉴스(AsiaNews)가 보도했다.
최근 한 달 이상 외신들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의 해고에 대한 보도기사들을 쏟아냈다. 그의 몰락은 사실상 임박해 있는 상황이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마오쩌둥주의의 부활과 신 문화혁명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하자마자 보시라이는 제거되고 범죄혐의가 주어졌다.
원자바오는 전면적인 정치, 경제적 개혁을 약속했고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자유가 주어질 것을 희망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더욱 미묘하지만 똑같이 전체주의적인 새로운 마오쩌둥주의가 여전히 중국 사회에, 언론과 경제, 종교 분야에 모두 그대로 이어졌다.
종교 분야에서 일부 저명인사들은 주 웨이쿤 당 중앙위원을 지목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종교와 당원들의 종교적 개종에 대해 비난하면서 공산당원에게 종교는 없다고 주장했던 연설로 유명한 인사였다. 그는 보시라이와 마찬가지로 저널리즘을 공부한 당 고위 지도자의 아들이고, 무엇보다도 마오쩌둥주의의 부활을 지지해왔다.
이른바 ‘연합전선’(the United Front)에서의 그의 정책적 입장은 종교 문제에 대한 국가 정책의 주류를 이뤘고, 이에 따라 많은 종교 그룹들이 그리스도교 지하교회와 마찬가지로 정부로부터 끝없는 통제를 받아야 했다. 여러 달 동안 지하교회의 사제들과 주교들은 체포되고 연금되어 당의 종교 정책을 충분히 납득하게 될 때까지 정치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종교 정책들의 기반이 되는 마오쩌둥주의는 주교 서품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새 주교는 당의 승인을 받은 공식 교회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주교 서품은 당이 부여하는 것이 되어버리고 정부는 주교들을 임명하고 봉급을 주며, 결국 중국 정부의 준 공무원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교들은 당의 필요에 따라서 선택되지 결코 교황이나 신자들의 사목적 요구에 의해서 임명되지 않는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교황의 승인이 없이 오직 정부에 의해 선정된 인물이 서품을 받는 러산(樂山)과 산터우(汕頭)에서의 주교 서품식이었다. 설사 교황이 임명한 주교 후보자가 있을 때에도, 공산당은 새로 서품을 받게 된 주교의 서품식에 불법 혹은 파문된 주교가 강제로 참석하게 한다. 그 실례가 지난 3월 19일 난충(南充)에서, 그리고 최근 창사(長沙)에서 거행된 서품식이다. 이 두 곳에서 서품된 주교는 훌륭한 사목자들이지만, 서품식에 참석할 인사를 선별하는 것은 정부이다. 결국 현재 중국에서 교회의 정통성에 공식적인 인증서를 주는 것은 교황이 아니라 공산당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교 서품 예식과 후보 선정에 대한 당의 개입은 구세대적인 발상에 집착하는 당 핵심 그룹의 편협성을 드러낸다.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경제 대국인 중국은 마치 1600년대 서구사회의 전체주의적 왕정의 사고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불법적인 주교들이 서품식에 참석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서품식 자체를 ‘오염’시키는 전술은 교회의 사목 활동을 방해하고 신자들을 자극함으로써 공동체들간의 일치와 친교를 파괴한다. 하지만 결국은 바로 그러한 전술들 자체가 전체주의적인 통제에 대한 분노를 야기하고 반감과 저항을 불러와 폭동의 가능성까지도 만들어낸다. 실제로 최근 수개월 동안 주교들을 연금해 불법적인 주교 서품식에 참석하도록 강요한 것과 관련해 선양(瀋陽)에서는 보안경찰들과 마찰이 빚어졌고, 완저우(萬州) 등에서는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산당은 올해에만 아직도 5~6차례의 불법적인 주교 서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가 교황이 교황의 몫을 하고,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하도록 함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은 실제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로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부는 신자들의 신뢰를 얻을 것이고,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은 중국 사회 전체에 대해 지지를 보낼 것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와 경제계에도 역시 숨통이 트일 것이다. 종교 자유에 대한 존중이 없는 곳에서는 경제 부문 등 다른 분야에서의 자유 역시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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