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균이 보아라. 집에 잠깐 들렀다 나간다. 시간이 없어서(정확하게 4시40분부터 5시20분까지 40분간) 겨우 밥만 해서 퍼놓고 나간다. 반찬 한 가지만 해먹으렴. 미안하구나. 엄마가”
소설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 1931~2011) 선생이 생전에 자녀들에게 남긴 메모 중 하나다. 소설가가 아닌 엄마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특히 작품을 통해 가족사를 많이 다룬 작가인 만큼 엄마 박완서는 친근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박완서 선생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엄마의 말뚝’에서 ‘엄마 박완서’를 만날 수 있다.
고인의 유족과 영인문학관이 기획한 전시에서는 박완서 선생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다수 공개된다. 특히 1981년 제5회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을 쓴 육필 원고, 편지, 작가의 옷과 장신구, 신혼 초에 쓰던 그릇들, 조각가 이영학씨가 빚어낸 고인의 청동 두상 등은 처음 공개된다. 특히 작품의 어휘를 풀이한 원고와 장보기 메모, 자녀들에게 남긴 메모 등은 생생한 삶의 궤적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또한 박완서 선생과 남편 호영진씨(1988년 작고)의 1953년 결혼식 영상도 전시된다. 한국전쟁으로 피폐했던 이 시기의 영상자료는 사료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초소형 6m 필름으로 촬영한 5분가량의 영상은 최근 MBC에 의해 디지털 복원됐다.
작가의 맏딸인 수필가 호원숙(58)씨는 전시에 맞춰 발표한 ‘엄마의 물건’이라는 글에서 “엄마의 삼층장 서랍 깊숙이에 할머니의 오래된 공책이 있었다. 조상들의 기제사 날짜를 기입해 놓고 손자들에게 공부를 가르쳤던 할머니의 공책은 엄마가 버리지 않아 살아남은 물건들”이라며 “엄마가 간직한 물건에는 엄마가 물려주고 싶은 정신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문의 02-379-3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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