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결혼반지를 꺼내들었다. 빛이 나는 결혼반지만큼, 마음의 녹을 걷어내니 ‘배우자’를 향한 내 마음의 빛도 그대로다. 수원교구 안양대리구 중앙본당(주임 양태영 신부) 혼인갱신식은 부부가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사랑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20일, 중앙성당 소성당에 혼인갱신식을 위해 부부들이 걸어 들어온다. 두 차례에 걸쳐 결혼생활교육을 받은 외짝교우와 부부들까지 합하면 130여 명이 넘는다. 손에는 꽃다발을 한아름 안은 채다. 본당 청년회가 준비한 떼제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부부를 위한 미사의 혼인갱신식이 시작됐다.
“여러분의 배우자를 남은 여생동안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그리스도를 대하듯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충실히 지키고 여러분의 가정이 성가정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까?”
사제의 질문은 엄중하다. 부부들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대답으로 또 한 번 혼인의 의미를 되새긴다. ‘하느님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 한다’는 말로 갱신은 끝이 났다. 이제부터 서로를 그리스도 대하듯 사랑하고 존경하면 되는 것이다.
반지를 꺼내들었다. 오래 전 나눴던 결혼반지를 다시 꺼내온 부부도, 자식들이 혼인갱신식을 맞아 해준 묵주반지를 들고 온 부부도 있다. ‘사랑과 신의의 표지’인 반지를 서로의 넷째손가락에 끼워준다. 세월이 손가락 마디를 굵게 했다.
“성가정이라는 예수님의 가정에도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고난 받았고, 혼인 전 아기를 잉태한 마리아는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으며, 요셉은 가난한 목수였지요. 하지만 그들은 기도하며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그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떠합니까.”
양태영 신부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안수예식과 기념촬영이 이어지고 작은 다과회가 마련됐다. 주름도 서로를 꼭 빼닮은, 머리에 흰 서리가 내려앉은 정순기(바오로·73)·박삼엽(루시아·71) 부부에게 다가갔다.
“1962년 결혼했으니 올해가 50주년이 되네요. 평생 원하던 혼인갱신을 하느님 안에서 하게 돼 정말로 기뻐요. 배우자를 힘들게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을 이겨나가면서 사랑하려고 합니다. 아무리 안 좋은 일 있어도 견디고, 이해하고 뉘우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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