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의 핵심은 기억, 반성, 참회 그리고 쇄신입니다.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우리 교구도 수 년 전부터 위원회를 구성하고 깊이 있는 성찰과 연구를 통해 실천 방향을 잡았습니다.
우리 교구의 설정 목적 또한 그리스도 강생의 목표와 동일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의지 안에서 교구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우선 ‘교구 쇄신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자!’는 목표를 내세웠지요.
이에 앞서 저는 1996년 전국 총대리 회의에서는 2000년 대희년 준비를 위한 한국 주교단 공동 사목교서 발표를 제안했었습니다. 전 세계 교회가 2천년 대희년 준비에 한창인 지금, 좁은 땅덩이에서 한국의 모든 교구가 같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상반된 강조점을 사목교서에 반영하기보다 공동 사목교서를 내는 것이 사목적 측면에서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으로 제안한 것이지요.
대희년을 준비하는 것은 그리스도 탄생 2000주년을 맞아 선물을 준비하는 시기였어요. 주교단 공동 사목교서는 보편 교회 안에서 한국교회가 처해진 위치를 직관해 한국 교회만이 주님께 드릴 수 있는 ‘영적선물’이자 ‘지역특산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주교단 공동 사목교서의 내용은 현재 한국교회에게 주어진 사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제3천년기 한국 천주교회의 비전과 청사진을 제공할 진단들이 담겨 있어야 했지요.
당시 저는 복음화 둔화 현상이 뚜렷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적극적인 선교 활동을 포함한 복음화’ 내용이 꼭 부각되길 바랐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행한 모든 일이 ‘복음선포’였으며,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선교하라’고 가르치셨듯이, 사목교서에서 ‘선교’와 ‘복음화’의 사명을 일깨우면 예수님께서 가장 기뻐하실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리 교구도 ‘선교로 새 생명’을 대희년 목표 추진 방향으로 두고,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전 교구민이 그리스도의 모습을 ‘증거’할 수 있도록 먼저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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