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살아만 있으면 좋겠어요. 아빠도 없는데 엄마까지 잘못되면….”
효은(17)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삐쩍 마른 몸에 힘없이 벽에 기대어 있는 엄마 신천화(로사·43·대구 고성본당)씨 눈에 눈물이 고인다.
신씨는 췌장암 말기다. 결혼한 지 6년 만에 남편은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녀 나이 30살.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여유조차 없었다. 남편이 남긴 빚에 3살, 5살짜리 두 딸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혼도 않고 혼자 식당보조, 도배일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4월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2차례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던 중 위까지 암이 전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충격이 컸어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너무나 힘겨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지만 남겨질 두 딸을 생각하면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지난 4월 3차 수술을 받았다. 췌장 전부와 위 일부를 잘라냈다. 메슥거리지만 살기 위해 새 모이만큼이나 적은 양만 겨우 먹는다. 체중도 15kg이나 줄었다. 통증으로 밤새 잠을 못 이루지만 아이들이 걱정할까봐 아파도 소리 내지 못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난 후에야 소리 내어 운다. 돌봐줄 사람도 없어 혼자 외로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주님, 너무 아프고 견디기 힘들어요. 그러나 제겐 아이들이 있어요. 살려 주세요.”
당장 치료비도 문제다. 10만 원짜리 월세방에 살면서 지난 해 첫 수술 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지원받는 월 74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2차 수술비는 카드로 24개월 할부계산을 하고, 대리구 본당사회복지회의 긴급 의료비지원 요청으로 급한 불만 껐다. 본당 신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왔지만 앞으로의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쌓인다. 도움 없이는 치료를 받을 수 없다. 고3인 큰딸은 그런 상황을 알기에 교통비라도 아끼려고 학교까지 50분 걸리는 길을 걸어 다니며 “운동도 되고 좋지”라며 엄마를 위로한다. 신천화씨는 자신 때문에 힘든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
“딸들에게 미안해요. 빨리 나아 아이들을 돌보고 싶어요.” 그녀는 두 딸이 있기에 하느님을 붙잡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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