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창신부님들과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식사 중에 한 분이 나에게 ‘가톨릭신문에서 신부님 글 잘 읽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소에 글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제가 그런 말을 들으니 고마우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러면서 신부님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 일상 안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편안하게 쓰는 것 같아 자신에게 특히 좋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사실, 요즘같이 힘든 세상에서 신부님이 세상사는 이야기를 한다고 할 때 교회 안에 많은 글처럼, 세상 힘들어도 신앙 잘 지키고, 하느님 잘 믿어야 한다, 뭐 그런 이야기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아요. 사실 가톨릭신문에서 가톨릭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어요. 세상살이 안에서 겉으로는 아닌 듯 보여도 속으로는 하느님 신앙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든요. 주일만 되면,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싶은 하루지만, 그래도 토요일 밤 스트레스 푸느라 뭘 잔뜩 먹어 퉁퉁 부은 눈을 애써 떠서 씻고 성가책 들고 성당에 가서 미사 참례하거든요. 그런 중에 신부님 글을 찾아 읽고 있으면 우리 삶처럼 좌충우돌하는 신부님, 수사님들 이야기가 마냥 편안해요. 성직자, 수도자들도 나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의 말을 듣고 있자니 글재주가 없어 일주일 동안 제가 ‘구체적으로 경험한 일상의 일들 중 하나를 이야기 주제로 삼아 글을 썼던 것이 사람들에게 더 잘 나눠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의 마지막 말은 이러했습니다.
“성직자, 수도자들을 볼 때면, 가끔 세상에 발은 딛고 살아가나 싶은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그분들과 가끔 이야기 해보면 문득 우리들 사는 이야기를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가 뭐, 그런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묘하게도 그 자리에는 지난번 세상살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묵주로 대문을 열려던 신부님, 때가 되면 사제관으로 밥 먹으러 오라고 불러 좋은 소재를 즉석에서 제공해주던 신부님 등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공감하고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됐습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나의 재주 없는 글을 읽고 나름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분들이 계시구나. 가끔 선후배 신부님들로부터 신문 잘 읽고 있다는 문자는 받곤 했는데, 신자 분들도 읽고 계시구나. 그냥 내가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를 썼더니, 자신들도 함께 세상을 살아간다는 마음의 공감을 해 주시고 있었구나!’
그렇습니다. 이 코너, 그다지 잘 쓰지는 않지만 ‘편안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신자 분들은 좋은 재주를 잔뜩 가진 성직자, 수도자를 찾기보다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그런 성직자, 수도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좋은 독자가 나눠준 좋은 이야기, 앞으로 저의 세상살이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가도 제가 쓰는 글을 읽고 있는 분이 있다는 것,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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