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 20여 대의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의 승객은 서울, 경기 일대의 노숙인 1000명.
꽃동네는 꽃동네 역사의 시작인 최귀동(본명 경락·베드로) 할아버지의 사랑 나눔을 바탕으로 마련한 충북 음성군의 품바축제 일정 중 하나로, 지난해부터 노숙인들이 행복해지는 나들이를 기획하게 됐다.
꽃동네 창설자 오웅진 신부는 “꽃동네는 최귀동 할아버지를 통해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는 그분의 삶을 배웠다”며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말씀을 몸으로 실천하신 그분의 삶과 품성을 본받아 문화적인 축제로 승화시킨 것이 품바축제”라고 설명했다.
서울 꽃동네 사랑의 집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해숙(소화데레사)씨는 “오늘 이 잔치는 쉽게 나들이를 할 수 없는 노숙인들을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행사를 통해 노숙인들이 마음을 열고,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모인 남녀노소 봉사자 500여 명이 노숙인들을 환영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랑(봉사) 체험과 교육의 장 ‘행동하는 사랑 학교’(Love in Action School)에 참가한 외국인들도 각국의 찬양공연으로 노숙인들을 맞았다.
사랑의 연수원 강당 안에 모인 노숙인들에게는 나눔의 의미를 일깨우는 ‘부자가 된 걸인’ 동영상과 오웅진 신부의 특강, 승무 공연 등이 펼쳐졌다. 노숙인들은 저절로 일어나 춤을 추며 하나가 됐다. 추운 바닥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위해 내과, 치과, 안과, 한의과 등 열린의사회의 의료 봉사도 함께했다.
점심에는 그동안 허기진 노숙인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육개장, 냉면, 전, 떡, 수박, 커피·차 등 다양한 음식들이 차려졌다. 노숙인들은 마당에 여기저기 둘러 앉아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는 마당에는 알코올 중독 치료 등 복지를 위한 상담이 계속됐다.
꽃동네 요셉의집 밴드 공연과 자신과 같은 처지를 경험한 노숙인 자활 사례발표도 이어졌다.
참가 노숙인 김영수(가명)씨는 “매번 우리들을 찾아와 음식과 옷가지를 나눠주며 위로해주시는 신부님, 수녀님, 봉사자들을 여기서도 만나니 반갑고 기쁘다”며 “이러한 행사를 통해 아직도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일정을 마치고, 다시 거리로 돌아가는 노숙인들에게는 신발과 옷가지, 생필품 등을 넣은 가방이 선물로 전달됐다. 현실은 차가운 길바닥이지만, 든든한 선물을 받은 노숙인들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용기를 얻었다.
이해숙씨는 “이러한 시도가 노숙인들의 자활로 이어져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신앙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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