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테두리 안에서만 나고 살아온 나로서는 가톨릭교회에 대해 이렇게 무지한 이들이 많은줄 미처 몰랐다.
이 때문에 마치 제2의 그리스도라고 불린 프란치스코 성인이 제자들과 선교하기 위해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는 일화처럼, 내가 수도복을 입고 군인들과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 사이를 오가며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가톨릭교회를 알리는 좋은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적잖은 보람을 느낀다.
퇴근 전 성체 앞에서 그날그날 만난 이들을 통해 얻은 수확을 펼쳐놓는다. 주님 앞에서 셈 바친다는 생각으로…. 때론 병사들과 나눈 대화가 생각나서 혼자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걱정거리는 ‘당신이 더 잘 아시니 알아서 정리 하세요’ 하고 맡겨드린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빵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서 예수님을 알아보았듯이, 나는 내가 쏟은 사랑 이상으로 병사들을 통해서 더 큰 위안과 사랑을 얻는 것 같다.
성경 속의 말씀이 그 어느 곳보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곳, 그런 점에서 이곳 병영 군사목 현장은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는 기적의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적지 않다.
기쁨, 감동, 보람, 행복에 겨워 룰~루~랄~라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마음으로 파란색 경차를 몰고 수녀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라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상쾌함과 행복감을 알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수녀원에 돌아오면 우리 수녀님들과 공동기도를 바치는 시간에 얼추 맞추게 된다.
공동체 식구들이 많아서 풍요롭고, 식후에 산책하며 대화하는 시간 또한 유익하다. 경쾌한 하루 마무리로 낮 동안 활기차게 당신을 증거할 수 있게 해주신 주님 품에서 평화로운 밤을 맞는다. 이 시간이면 어떤 힘들고 고된 기억도 눈 녹듯 사라지고 달콤한 기억만이 뇌리를 채운다.
이 얼마나 멋진 일과인가? 매일같이 이런 멋지고 가슴 떨리는 하루하루를 열어주시는 ‘천주께 감사! 하느님께 영광!!’이다.
군복음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