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에너지를 절감해 비용을 줄여보자는 차원이 아닙니다. 우리 삶 속에서 주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할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하고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종합건축사와 환경연구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기혁(요한 레오나르도·55·의정부교구 일산 주엽동본당) 대표는 본업인 건축일보다 창조질서 보전에 더 열을 올리는 건축가라는 느낌을 준다.
의정부교구 중산본당 새 성당 건축으로 지난 2010년 경기도건축문화상을 받기도 한 김 대표는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모색들이 하느님 뜻에 맞갖은 삶이라고 말한다.
10년 넘게 일선 건축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년 가까이 건축가로 살아오며 서울 신사동본당 새 성당 건축을 비롯해 압구정성당 리모델링, 수원교구 분당요한성당 리모델링 등 굵직굵직한 교회 내 건축에 숨을 불어넣어온 그에게 성당은 영성의 터이자 창조질서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러기에 교회 건축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다고까지 할 수 있다.
“별 생각 없이 일반적인 세상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을 잘한 일인 양 여기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교회 건축에서 더 많은 하느님 체험과 더 깊은 신앙 경험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에 김 대표가 꿈꾸는 교회 건축은 자연을 닮을 수밖에 없다. 벽채로 꽉 막힌 건물이 아니라 바람과 물이 쉬 드나들고, 사람의 체온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공간이다.
지난 1997년부터 본당 전례분과 활동을 하며 느꼈던 전례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새로운 모색으로 이어졌다. ‘독립 건축물의 자연 채광장치’(2008. 12. 11.), ‘건축물의 실내공기 자연 배출장치’(2011. 12. 8.) 등 김 대표가 낸 특허들도 건축에 대한 그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교회 건축으로서의 미적인 면과 아울러 ‘자연’을 활용해 적절한 기능을 안배할 때 보다 창조정신에 부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 건물에 바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을 내고 내부로 들어오는 일사량을 조절하는 친환경적인 설계를 채택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자연스럽게 공기와 빛이 순환하면서 보다 쾌적한 환경이 조성됐다. 굳이 에어컨에 의존하지 않아도 돼 전례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냉·난방 부하를 감소시켜 전체적인 에너지 비용을 2배 이상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은 부가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건축 비용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건축이란 하느님이 설계하신 자연 속에 깃든 창조질서를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옮겨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례 공간은 하느님과의 오롯한 만남을 방해 받지 않는 곳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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