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이야기’ 방송반 안정숙입니다. 오늘은 ‘푸른 오월’이라는 시와 함께하겠습니다.”
지난 5월 17일 낮 12시 10분. 금천노인종합복지관 내 스피커를 통해 방송반 반장 안정숙(83)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소 긴장한 듯 안씨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또박또박 힘을 주어 노천명 시인의 ‘푸른 오월’을 낭독해나갔다.
“청자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금천노인종합복지관(관장 구자훈)의 ‘아나운서실’이라고 불리는 방송반은 지난 2000년 개설됐다. 현재 8명의 어르신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방송반은 평일 낮 12시부터 20여 분간 진행되는 복지관 내 점심 방송의 진행을 맡고 있다.
원고 작성부터 방송에 이르기까지 어르신들이 직접 만드는 방송은 복지관 내 또래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다.
방송은 미담, 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 복지관 내 이야기 등의 내용으로 꾸며진다. A4용지 2장 분량의 원고를 작성하는 것도 방송반원의 몫이다.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 방송반원들은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고 한다.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소재를 발굴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좋은 글을 갈무리하기도 한다.
창단회원으로서 경력이 10년이 넘은 베테랑 김연수(수산나·76)씨는 “좋은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 평소에 더 많은 책을 읽고자 노력한다”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작년 6월 방송반에 들어온 김계숙(74)씨는 “원고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렵지만, 좋은 글을 많이 접하다보니 나 자신부터 양성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송반 어르신들은 방송을 통해 좋은 메시지를 또래 어르신들에게 전달하며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삶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방송에 임하는 어르신들의 자세 또한 진지하다. 더 나은 방송을 위해 방송국 견학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는 한편 자신이 방송했던 녹음파일을 반복적으로 청취해 아쉬웠던 부분을 고쳐 나가기도 한다.
또 다른 창단회원인 이쌍화(바올라·71)씨는 “방송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긴장되고 조심스럽다”며 “방송을 하며 느끼는 긴장감이 내 삶의 활력소”라고 말했다. 안정숙씨는 “이 나이에 어디에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느냐”며 “방송반에 들어온 이후 삶이 더 활기차졌다”고 말했다.
방송반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조윤자씨는 “방송반 어르신들의 방송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며 “앞으로 복지관 내 어르신들의 신청곡과 사연을 담은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꾸며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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