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14년의 세월 속에 한국 천주교 신자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도교구, 서울대교구의 교구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아왔던 정 추기경이 6월 15일 오후 2시 명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되는 이임미사를 통해 서울대교구장의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 제13대 서울대교구장으로서 정진석 추기경이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 시노드 개최
교구장 착좌 후 ‘교구 구성원 일치와 친교’ ‘통일’ ‘가정사목’에 역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정 추기경은 2000년 1월 6일 새천년기 벽두를 맞이하면서 시노드 개최를 공식 선언했다.
새로운 세기를 맞는 교회의 변화 쇄신을 강조한 것이었고 착좌 때의 사목 역점 방침과 같은 맥락에서 친교의 교회상 구현을 지향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기반을 둔, 서울대교구 구성원의 새로운 일치와 친교를 향한 움직임이었다.
주비 단계(2000년) 준비 단계(2001~2002년) 본회의 단계(2003년) 등 4년에 가까운 회의 여정을 거쳐 2003년 9월 28일 정 추기경은 시노드 폐막미사를 거행하고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로’를 선포했다. 시노드 의제였던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청소년’ ‘청년’ ‘선교’ ‘교육’ ‘교회운영(교구및 본당)’ ‘사회복음화’ 등 7개 주제에 대한 내용들이 총 208쪽에 담긴, 새천년기를 향한 서울대교구의 청사진이었다. 이 같은 시노드 후속 교서는 서울대교구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가 삼천년기 세상 안에서 나아갈 바를 제시한 문헌으로 평가됐다.
정 추기경은 후속 교서 발표에 그치지 않고 후속 교서 내용을 교구 사목 전반에 적용하고 실천하기 위한 시노드 후속위원회를 발족했으며 이는 기획조정실과 통합사목연구소 설립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기획조정실과 통합사목연구소 설립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서울대교구의 시노드 정신에 따라 교구 사목 정책과 비전을 기획하고 구체화하며 부서별 시노드 후속 실천 계획들을 조정 감독하기 위한 상설기구였으며 교구 시노드를 통해 지구와 본당에서 실행하는 사목활동 지원을 강화하고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할 교구 사목 연구소의 출발이었다.
▲ 2003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당시 대주교가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에 서명하고 있다.
▲ 서울대교구는 2003년 11월 교구장 정진석 당시 대주교 주례로 명동개발특별위원회(위원장 박신언 신부) 위원 위촉장 수여미사를 거행하고 부위원장과 자문위원단, 각 분과 위원회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 교구장 대리 제도 시행 지구장 중심 사목운영
정진석 추기경이 착좌하기 이전부터 각 본당 공동체 대형화로 인한 사목 효율성 문제를 과제로 안고 있던 상황에서 정 추기경은 교구장 취임 직후부터 지역 중심 교회를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였다.
2002년 1월 지역 교구장 대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서울대교구 사목체계 쇄신에 관한 교령’을 공포했던 정 추기경은 이에따라 교구 관할 행정지역을 4개 지역으로 나눠 담당 교구장 대리가 각각 책임을 맡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효과적인 교구 사목을 위한 조직 개편으로 지목됐던 이 제도는 사제단 일치와 지역내 사목적인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나 실질적 권한이 없는 몬시뇰이 교구장 대리를 맡았던 상황에서 지구 및 본당 사목을 촉진하는데 문제와 한계가 지적됐다. 이에 정 추기경은 보좌주교들을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로 임명하는 것으로 교구장 대리 제도의 방향을 변경, 2006년 2월부터 보좌주교들이 관할 지역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지구 및 본당 사목을 촉진하고 감독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1998년 ‘지구장 중심의 교구 운영지침’ 발표를 통해 시행된 지구장 제도 역시 사목의 효율성과 지역 중심의 교회 만들기 일환이었다. 이 같은 지구 중심 사목체제는 지구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목의 활성화라는 면에서 큰 기대를 모았고 선교 활동 활성화, 각 사목 영역별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사목 전개에 전기를 마련했다.
2005년 9월부터 ‘하나의 성전, 다(多)본당 신부’ 취지로 기존 성당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공동사목 시행 역시 시노드 정신에 바탕을 둔 친교의 교회를 만들겠다는 정 추기경의 의지였다. 점차 대형화되어 가는 본당 현실을 감안한, 현장 중심 사목과 ‘사람 중심의 교회’로 거듭나려 하는 고민의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 생명운동
교구장 착좌때 부터 가정사목에 대한 역점을 강조했던 정 추기경은 같은 맥락에서 가정과 생명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키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생명위원회’ 설립은 생명수호를 위한 교회 모습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결과로 주목된다.
2005년 배아줄기세포연구가 세상의 이목을 끌고 한국 사회에서 생명윤리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었던 것을 계기로 서울대교구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키 위해 2005년 10월 5일 염수정 주교를 위원장으로 하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를 발족했다. 또 ‘생명의 신비상’을 제정하는 한편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10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 반생명적인 사회 흐름에 교회가 더 이상 침묵하거나 소극적인 대응만으로 책무를 다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냈고 이를 직접적 행동으로 실천하는 면모를 보였다.
▲ 서울 생명위·환경사목위 푸르름을 만드는 잔치 “어~! 추기경님도 지렁이 키우세요?” 기념미사 후 지렁이 분양 전시장을 찾은 정 추기경이 어린이들과 함께 지렁이 화분을 만들고 있다.
▲ 2007년 9월 주교회의 생명31운동본부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생명수호대회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맨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주교단과 신자들이 생명수호를 염원하는 촛불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 한국가톨릭여성협의회 권경수 회장이 제2회 생명수호주일 및 생명위원회 설립 4주년 생명미사를 앞두고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게 태아 발 배지를 달아주며 낙태반대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의정부교구 설정
2004년 6월 발표된 의정부교구 설립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교구 분할로 사목적인 역량을 최대화하려는 시도라는 면에서 정 추기경의 교구장 재임 중 맞이한 사안중에서도 큰 의미를 남긴다. 서울대교구는 이를 통해 1963년 수원교구 분가 이후 41년만에 또 한 차례 교구를 분리하는 기록을 갖게 됐으며 의정부교구는 총 8개 시 군을 관할하게 됐다.
■ 민족화해 북한 선교
평양 교구장서리를 겸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입장에서 정 추기경은 민족의 화해 일치가 역사적 신앙적 소명임을 전제로 하면서 참된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속죄와 용서의 자세가 앞서야 한다는 것을 착좌 때부터 일관되게 표명해 왔다.
2006년 파주 통일동산에 ‘속죄와 참회의 성당’ 및 민족화해센터 건립을 시작한 것은 그 같은 노력의 결실이 구체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성당은 앞으로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정신적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시복시성
‘하느님의 종 125위’에 대한 시복시성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교구는 시복시성 운동 활성화를 위한 정 추기경의 의지 아래 2010년 6월18일 시복시성준비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를 발족했다. 위원회를 통해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조사’ 작업 진행에 박차를 가한 서울대교구는 또한 올해 4월 23일 서소문 순교성지의 보전과 순교성지 개발을 위한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순교성지 조성위원회’를 구성, 순교자 및 증거자에 대한 시복시성 준비 작업뿐 아니라 순교성지의 개발과 보전에도 적극적 관심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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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개발
2011년 9월 서울대교구는 수십년간 계획했던 명동성당 종합계획 1단계의 첫 발걸음을 뗐다. 2003년 명동개발특별위원회를 설립했던 서울대교구는 2009년 12월29일 ‘명동 성당 종합계획안’ 제출한 것에 이어 지난해 9월 1단계 계획의 행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정 추기경은 2012년 사목교서를 통해서 명동성당 개발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명동성당 종합계획은 교회가 세상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드러냈다.
■ 새로운 복음화
정 추기경은 2012년 사목교서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되새기며 -’로 정하고 복음화를 향한 교구민의 쇄신을 촉구했다.
1998년 정진석 추기경이 착좌할 당시 서울대교구 교세는 121만 명. 14년이 흐른 지금 신자수는 142만여 명에 복음화율 13.4%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