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래아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였던 베드로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그분의 제자가 됐다. 사도 베드로는 열두 제자의 대표로 예수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병사들에게 체포돼 대사제의 관저로 끌려가자 자신에게도 위험이 닥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자신은 예수님을 모른다고 거듭 강하게 부인했다.
“그때에 베드로는 거짓이면 천벌을 받겠다고 맹세하기 시작하며,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하였다. 그러자 곧 닭이 울었다.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예수님이 말씀이 생각나서,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마태 26,74-75).
이 작품에서 베드로는 회개의 눈물을 계속 흘리면서 우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스승을 부인한 저는 죄가 많은 사람입니다. 이제는 눈물 없이 주님과 당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한 것은 나약하고 죄스러운 행위였지만 그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회개하는 모습은 위대하면서도 아름답게 비친다.
우리 성당에서 매 주일 교중미사 전에는 많은 신자가 고해성사를 보며 합당하게 예절에 참례하기 위해 준비한다. 고해소 밖에서 줄지어 서 있는 신자들의 얼굴에서 회개하는 베드로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며 새롭게 살고자 다짐하는 모습은 모든 죄를 뛰어넘어 거룩해 보이기까지 한다.
▲ 도메니코 페티(Domenico Fetti, 1588/90-1623), ‘회개하는 베드로’, 1613년, 유채, 미술사 박물관, 비엔나, 오스트리아.
화해의 성사인 고해성사를 본 후에 돌아가는 신자들의 모습은 새로 태어난 아기처럼 맑고 밝아 보인다. 회개하는 베드로의 얼굴에 은총의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 비추는 것처럼 그들의 얼굴에도 빛이 가득 담겨 있음을 발견한다. 회개의 눈물을 흘리던 베드로에게 새날 새 아침이 밝아 온 것처럼 고해성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신자들의 앞날에도 은총의 새날이 오기를 바라며 고해소 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