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본당에는 ‘흰머리 소녀’가 있다. ‘무공해 아줌마’로 불리기도 한다. 펌과 염색을 하지 않아 흰 머리카락을 그대로 가졌지만,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환경을 수호하러 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희순(헬레나·52·안양대리구 과천본당)씨. 그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2년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방송을 통해 펌 약이 섞인 물이 정수를 거쳐도 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에 펌과 염색을 하지 않은 것이 시작이었다. 자신의 치장에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전반적 환경문제가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샴푸, 린스, 주방세제, 장바구니, 차례차례 하나씩 생활의 모든 것이 바뀌어갔다.
이불빨래 외에는 세탁기를 돌리지 않고, 설거지했던 물로 변기의 물을 대신한다. 친환경수세미는 설거지하는데 꼭 필요한 친구가 됐고, 재생비누를 사용해 기름을 닦아낸다. 이면지를 활용하고 분리수거는 정확하게 지키며, 옷은 따로 사는 일 없이 바자를 통해 나눠 입는다.
“하느님이 인간을 보고 자연을 다스리라고 하신 것은 소유하고 파괴하라는 것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라는 뜻이에요. 하느님이 주신 자연을 가꾸고 보호하는 것은 신앙인이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작게나마 환경을 보호하는 일로 시작했던 신념은 사회교리 공부와 함께 전반적 사회문제 참여로도 번져갔다. 두물머리 미사에 본당 교우들과 함께 참례하게 됐고, 최근 교구 사회교리학교에 참석해 식견을 넓혔다.
본당 교우들도 이씨의 실천을 보고 환경보호에 함께하게 됐다. 종이컵을 쌓아놓고 살던 한 교우는 그날로 종이컵을 없앴고, 과천본당은 행사 때마다 이씨의 뜻을 따라 스테인리스 컵을 사용한다.
이씨의 환경사랑의 대상은 자연만이 아니다. 인근 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의 식사를 10년째 돌보고 있으며, 여러 소외계층들과 남모르게 나눔을 실천한다. 지구와 함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웃들과도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흰머리 소녀, 그가 말하는 환경 실천의 팁 다섯 가지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녀보세요. 시장바구니를 챙겨 가시고요. 세탁기를 안 돌리는 대신 손빨래는 힘드니까 밟아서 빨래를 하면 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요. 야채를 담았던 비닐팩은 재활용하시고요.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개인 컵을 지니고 다닌다면 환경운동의 첫 걸음을 시작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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