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금년 사순과 부활절을 맞으며 ‘희망’이라는 기쁨을 맛보게 됐습니다. 이러한 기쁨이 생겨나기까지의 과정과 소감을 밝히고자 합니다.
향남본당은 향남 신도시와 함께 신설된 4년차 본당으로서 모든 것이 어눌하고 부족한 실정입니다. 성당은 버스노선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 접근이 불편하고, 성당 앞 도로는 길게 내리막 언덕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내달리는 차량이 많아 사고방지를 위한 점멸등 설치, 중앙선 절선 등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간 노선버스 연결의 어려움은 버스운영업체와 협의, 주일 셔틀버스를 정기 운행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중앙선 절선 등 안전사고 문제는 성당 앞 음식점과 협의해야 할 사항이 많은 난제였습니다.
무엇보다 좌회전, 직진, 우회전 차로를 확보하기 위해 왕복 6개 차로를 확보하고 가상방지턱, 안전지대, 점멸등 설치 등 시설 투자에 5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음식점의 경우 차로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땅을 차로로 제공하는 희생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어쨌든 이 문제는 2009년 11월 음식점과 협의가 잘 이뤄져 시당국으로부터 중앙선 절선에 따른 도로점용 허가를 얻게 됐습니다. 중앙선 절선 문제가 잘 해결되길 기대했지만 음식점은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차일피일 공사를 미뤘고, 신부님은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공허한 마음을 간절한 기도로 메우시고는 하셨습니다.
이 문제는 두해 겨울을 보내며 제 머리에서 잊혀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순시기 첫 주 월요일 음식점 사장이 갑자기 저에게 연락해왔습니다. 연락이 늦어 죄송하다며, 중앙선 절선공사를 사순시기 중 완료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공사는 잘 마무리됐고, 부활절에 본 교통점멸등은 희망찬 노란색 빛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간절히 청하면 주님께서 주신다는 복음의 말씀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