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저는 신학교 은사 신부님이셨고 후에 제주교구의 교구장으로 계시다 현재는 퇴임하셔서 당신의 표현대로 은수 생활을 하고 계신 김창렬 주교님이 틈틈이 쓰신 글을 책으로 출간하신 것을 너무 황공스럽게 선물로 받아서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조심스레 읽어가면서 사목활동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 책 이름이 「은수잡록(隱修雜錄)」입니다.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어찌나 내 마음에 따뜻하게 전해오는지 주교님의 글에 요샌 푹 빠져 열심히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반성도 하고 깨우침도 받으면서 새로운 정신을 가다듬어 가고 있습니다. ‘은수잡록’이란 뜻은 내 나름대로 풀이하면 ‘조용히 기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난 것을 적은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경의 교훈적 가르침이 있는 잠언이나 코헬렛, 지혜서나 집회서 같은 비중으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성경, 성무일도 다음으로 자연스레 이 책에 손이 갑니다.
오래전 저는 다산 정약용 어른의 목민심서에 맛을 들여 열심히 읽곤 하면서 저의 사목생활을 반성하곤 했는데 마침 연암 박지원의 「면양잡록(沔陽雜錄)」 안에 「칠사고(七事考)」가 발견됐다는 소리를 듣고 구입하여 꼭 열심히 읽어서 내 사제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하겠다 했는데 이와 비슷한 제목의 책을 받아 들고 얼마나 기뻤는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연암 박지원 어른의 「면양잡록」 안에 담겨있는 「칠사고」는 사대부 출신의 수령이 지켜야 할 목민에 필요한 사안들이 적혀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김창렬 주교님께서 쓰신 「은수잡록」은 어디를 보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용입니다. 그중에 우리 신부들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중 278면에 실려진 한 은수자의 고언(苦言)이란 내용에 가슴이 찔끔해졌습니다. 그중에 한 내용을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목자들 탓이라고 생각한다. 사목자들은 모두 양심을 걸고 솔직히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는 다음 주에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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