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대희년이 개막된 그 해 1월, 우리 교구는 먼저 새로운 사제와 부제 서품식을 거행하며 교구 발전의 기틀에 보다 튼튼한 힘을 불어넣었습니다. 또한 당시 교구 내에서는 새 본당 설립과 성당 봉헌도 활발하게 이뤄졌고, 1월에 신설한 본당만도 9개에 이르렀지요.
이전에도 꾸준히 지속해온 일이긴 합니다만, 특히 1990년대 말부터는 남한산성 성지와 손골성지를 비롯한 다수의 성지 개발이 활발히 이뤄져왔고, 보다 많은 이들이 믿음의 터전을 순례할 수 있도록 인근을 성역화 하는 것은 물론 기존 성지에도 성당을 세우는 등 새로운 정비 작업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순교자들의 후손임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신앙의 모범을 지금 이 시간 우리 삶에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대희년이 개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교구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 신앙의 뿌리이자 거룩한 성지인 미리내 지역에 한국전력이 고압송전 철탑을 설치한다는 소식에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성지 인근 주민들 뿐 아니라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은 한목소리로 한전 측에 송전탑 설치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지요. 송전탑이 성지 안에 자리한다면 문화유적지이자 성지인 미리내 성지 지역을 올바로 보전할 수 없고, 무엇보다 순례객들은 고압 전자파 주변을 순례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교구 측에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교구민들도 한뜻으로 성지 보호를 위해 다각도로 힘을 합했습니다.
우리 교구는 관할 지역 곳곳이 성지입니다. 일찌감치 복음말씀을 받아들이고 각 지방으로 전파한 한국교회 발상지가 자리하는 등 신앙선조들의 숨결이 전역에 깃들어 있지요. 박해시대 순교자들이 생명을 걸고 지켜낸 교회의 역사 흔적도 고스란히 품고 있지요. 그래서 교구 내 성지도, 교구의 역사도 우리 교구민들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 신자들의 신심을 고양하는데 중요한 힘이 됩니다. 특히 우리는 신앙선조들의 모범적인 신앙과 삶을 현양하며,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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