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서울 YMCA가 매달 마련하는 종로포럼(운영위원장 한기찬 변호사)의 초청으로 5월 30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서울YMCA 2층 대강당에서 ‘제주의 평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 주교는 성직자·수도자를 비롯해 개신교, 불교 등 이웃종교 신자와 일반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강연에서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의 섬으로 나아가야 할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에 세워진 홀로코스트 뮤지엄(United Stated Holocaust Memorial Museum) 방문 경험으로 운을 뗀 강 주교는 “한국 가톨릭교회가 제주 4·3사건의 역사를 정면에서 성찰하고 고민해본 적 없어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나치에 의한 유다인 학살도 결국 국가의 의해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반인륜적 범죄”라고 밝히고 “국가라고 해도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마음대로 제약할 권리를 갖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4·3사건은 국가라도 국민의 생명권을 짓밟을 수 없음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제주의 땅에 4·3의 희생을 거름으로 ‘평화’라는 꽃을 피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 주교는 “제주에 군사기지를 세우려는 것은 희생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무위로 돌리는 것”이라면서 “4·3의 땅 제주에 이념과 폭력을 뛰어넘는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열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하늘이 주신 민주주의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라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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