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주일학교는 오후부터 시작이지만 일찌감치 엄마 아빠를 재촉한다. 부모와 함께 발걸음을 옮긴 곳은 성당 마당에 옹기종기 펼쳐진 ‘손바닥 텃밭’. 성당 혹은 성체조배실에 잠깐 들러 가족기도를 봉헌하고 나면 성당 마당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신나는 시간이 이어진다.
9㎡ 남짓한 작은 밭에는 각종 식물들을 가지런히 심고 나뭇가지에 이름도 써서 꽂았다. 하루 만에 찾아와도 손가락 길이만큼 쑥쑥 키가 자라나는 채소들의 모습에 어린이들의 눈은 휘둥그레진다. 대부분 흙을 만지는 즐거움과 생명을 키우는 책임감을 처음 느껴본 어린이들에게 텃밭은 그 어느 곳보다 신나게 찾는 놀이터가 됐다.
덩달아 부모들의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폈다.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서, 주말마다 아이들을 위한 나들이나 체험활동을 찾던 고민도 다소 덜어냈다. 먼 길을 떠나지 않으니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것은 말할 나위 없다.
대전교구 천안 신방동본당(주임 윤병권 신부)은 최근 마당에 인공텃밭을 만들어 신자 가정에 분양했다. 각종 식물을 직접 심고 가꾸는 활동은 예상 밖의 큰 호응으로 2차 분양까지 이어졌다.
본당은 도심에서만 지내는 어린아이들이 흙을 만지며 감성지수를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방안의 하나로 마당 텃밭을 마련했다. 또 성당 뒷마당과 이어지는 일봉산 자락 등산로까지 십자가의 길도 새로 다듬었다. 성체조배실과 성물 카페도 신자들이 오가기 쉽게 마당 한쪽으로 옮겼고, 1층 카페도 성당 앞을 지나는 누구나 들르기 쉽도록 꾸몄다. 덕분에 신방동성당은 신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찾아가고 싶은 성당, 머무르고 싶은 성당’이 됐다.
이러한 변화는 본당 사목목표인 ‘복음적 친교’를 구현하는 노력의 하나로 구체화됐다. 현재 본당은 ‘복음적 친교’를 위해 안으로는 공동체의 친교와 머무르고 싶은 성당을 가꾸는 노력, 밖으로는 이웃과의 나눔을 실현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새로 마련한 텃밭은 가족 간 화목뿐 아니라 젊은 아빠들이 성당에 머물도록 이끄는 매개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실제 30~40대 젊은 남성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성당을 찾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에 따라 본당 주임 윤병권 신부는 남성 신자들이 우선 자녀들의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성당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윤 신부는 “현재 본당 활동의 주축인 50~60대들의 뒤를 이어 내외적인 신앙생활의 주축이 될 남성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당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도록 도와야 한다”며 “앞으로는 ‘아버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호회 성격의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과 가족별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 등도 다채롭게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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