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꼰뚬 일정에 함께했던 꼰뚬교구 닥작본당 주임 쟌반부 신부의 첫인상이다. 소수민족보다 더 소수민족을 사랑하는 이 킨족 출신 신부는 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에너지로 가득해 보였다. 그는 “가난한 소수민족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쟌반부 신부는 꼰뚬교구 내 베트남 소수민족들을 대상으로 예수회 재단법인 기쁨나눔(이사장 신원식 신부)과 연계한 다양한 사목을 펼치고 있다. 쟌반부 신부는 “문명의 혜택 대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택했던 소수민족들이 사회 안에서 점점 도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도 신앙을 간직하며 사는 그들을 “교회가 나서서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수민족 아이들에 대한 그의 애정은 더욱 각별하다. 쟌반부 신부는 소수민족의 삶의 질 개선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교육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 소수민족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을 들었다. 그는 “기숙사 생활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비단 쟌반부 신부만의 의견은 아니다. 현재 꼰뚬교구에서도 각 본당이나 수도회마다 기숙사를 지을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으며 꼰뚬카리타스의 주요 사목방침 또한 소수민족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 마련과 그들에 대한 교육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현실은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정부의 간섭과 통제는 날로 심해지는데다가 어렵사리 허가를 받아도 기숙사를 지을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쟌반부 신부의 안내에 따라 기숙사 건립이 한창 진행 중인 꼰뚬교구 내 두 본당을 방문해 소수민족의 생활과 기숙사 공사현장을 취재했다.
■ 닥나이공소, 닥작본당
▲ 꼰뚬교구 닥작본당 주임 쟌반부 신부.
이날 미사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어머니 신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5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훌루앗(엘리사벳) 씨는 막내 아낫(미카엘·6)군과 함께 미사에 참례했다. 그는 “신앙생활을 통해 기쁘게 살아가고 있다”면서도 “자녀들을 공부시키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소수민족들에게 미사는 축제의 장이었다. 그들은 소수민족만의 고유한 문화를 전례 곳곳에 접목했다. 아이들로 구성된 성가대는 제대 오른편에 자리 잡고 미사 내내 성가를 선창했다. 미사 중간 중간에는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소녀들이 악기 연주에 맞춰 아름다운 전례율동을 선보였다.
이날 미사에서 성가와 율동을 선보인 아이들은 인근 닥작본당 기숙사 소속 학생들이다. 현재 닥작본당 기숙사에는 남자 21명, 여자 32명의 소수민족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기숙사는 오래돼 낡아 있었다. 특히 남자 기숙사는 창이 없어 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빛도 들어오지 않아 대낮에도 어두컴컴하다. 게다가 21명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현재 닥작본당은 기쁨나눔재단의 후원을 받아 낙후된 남자 기숙사를 대신할 새 기숙사를 짓고 있다. 새 기숙사가 완공되면 40명의 아이가 좀 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 소수민족 소녀들이 음악에 맞춰 전통 춤을 선보이고 있다.
▲ 닥나이공소에서 봉헌된 미사에서 한 여성신자가 아이를 업고 미사를 참례했다.
▲ 닥나이공소에서 봉헌된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모인 소수민족 신자들.
■ 꼰러방본당
꼰뚬교구 꼰러방본당은 쟌반부 신부가 작년 10월까지 사목을 펼친 곳이다. 저녁 7시쯤 도착한 성당 앞마당에서는 아이들이 술래잡기 놀이가 한창이다. 공놀이하던 아이들이 쟌반부 신부를 보자 반가움에 양팔에 매달린다. 아이들에게 있어 그는 든든한 아버지이자 좋은 친구이다. 환하게 켜진 성당 안에서는 소수민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혼인교리가 한창이다. 교리실에서는 성가대가 다가오는 주일에 찬양할 곡들을 연습 중이다. 기자가 불쑥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수줍은 듯한 아이가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이들 사이에서 그 모습을 보고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5개 마을 4500여 명의 신자가 있는 꼰러방본당은 주일학교 등록학생이 1200여 명에 달한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성당 곳곳에서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성당은 아이들에게 놀이터이자 교육의 장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뛰어 놀기도 하고 교리교육도 받고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한 도움을 얻기도 한다.
아이들이 뛰놀고 있는 마당을 가로질러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자 고등학교 1~3학년 여학생 40명이 생활할 기숙사 공사가 한창이다.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허가를 미뤄오다 최근 들어서야 기숙사 건립 허가를 냈다. 허가를 받기 위한 기준이 뭐냐고 묻자, 꼰러방 주임 판뜨증 신부로부터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정부의 허가도 받고 기쁨나눔의 지원도 이뤄져 지난 3월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8월에 완공 예정인 기숙사는 소수민족 아이들 중 집이 가난한 아이와 성소의 뜻이 있는 아이들이 생활할 예정이다.
아직 공사 초기라 터만 닦아 놓은 기숙사 공사 현장에서 앞으로 완공될 기숙사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 안에서 소중한 꿈을 키워 나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 꼰러방본당 주일학교 성가대 학생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성가연습에 임하고 있다.
▲ 꼰러방본당 기숙사 공사 현장. 3월에 착공해 8월 완공 예정이다.
■ 베트남 소수민족 아이들에게 도움 주실 분 : 우리은행 1006-801-342108 예금주(재)기쁨나눔
■ 문의 : 02-3276-77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