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은수잡록」에서 김창렬 주교님은 “사목자들은 모두 양심을 걸고 솔직히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사목자에게는 직책상 해야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이 있고,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으며, 나서야 될 일과 나서서는 안 될 일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1970년대, 한창 군사정권과 대립하는 어두운 사회 분위기에 휘말려 지내고 있을 때, 김수환 추기경님이 어느 자리에서 “나는 가끔씩 절을 찾곤 하는데 법당에 가서 조용히 정좌하고 있으면 왜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 오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정작 성당에서 잠심하게 기도를 하고 있으면 온갖 잡념이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신 말씀이 내내 잊히질 않았습니다.
우리 한국교회는 여러 가지 일에 분주합니다. 사회사업 등 인도적 차원의 사업에 많은 힘을 기울입니다. 또한, 현실 문제에 심심찮게 끼어들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이것이 교회의 본질인 것 같이 중심적 사목으로 간주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신부들은 영성의 내면을 보도록 신자들을 인도하지 못하고 외적인 것에 더 치중하다 보니 보다 깊은 하느님의 현의(玄義)를 깨우치지 못하게 되고 결국엔 엉뚱한 세상일에 빠져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예부터 열심히 수계 범절을 통해서 하느님의 신비에 맛 들이던 신자들마저 무엇이 성스러움인지 혼란스럽다고들 합니다.
김 주교님은 계속해서 말씀하십니다. “교회의 변화를 하느님의 섭리로 기쁘게 받아들이면서도 변화의 부작용으로 교회 유산에 생겨난 변형된 세포들이 핵심적 가르침을 변질시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이것이 듣기 싫어할 쓴 말을 내가 하게 된 이유다”라고 교회 어른으로서 사목현장에서 사목자로서 무엇이 우선인지 분명한 분별력을 갖고 사목하도록 일깨우고 있습니다.
사제인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그리고 교회가 맡겨주신 성무란 박해 때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영원히 이어가야 할 인류구원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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