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안 하면 너무 고통스러운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도 그냥 받아들이고 싶었어요.”
임수정(47·가명)씨는 몸이 너무 아픈 나머지 참다못해 찾아간 병원에서 앞으로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선고를 받았다. 황당하거나 참담한 기분이 들기보다 이것이 주님의 뜻이려니 하고 받아들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치기도 했지만, 사실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조직검사도 없이 CT 촬영 검사만으로도 난소암 선고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암의 진행 정도를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서둘러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말만 계속 했다. 하나뿐인 아들 생각이 났다. 아이가 3살 때 남편과 헤어져 아버지 얼굴 한 번 못보고 자란 아들, 그 아들을 두고 이대로 떠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진통제를 맞고 병원 밖으로 나와 영세민 신청을 하려고 갔다. 그런데 이혼한 남편이 살아있어 영세민 신청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차상위계층 신청을 하고 수술 날짜를 잡고 경과가 좋지 못할 것을 준비하라는 병원의 말에 따라 병자성사를 받았다.
수술을 앞두고 입원 생활을 하던 중 복도에서 쓰러졌다. 심근경색이란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이제는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했다. 수술 도중에 사망하거나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이유였다. 결국 화순 전남대병원으로 옮겼다. 옮긴 병원에서도 수술이 너무 위험해 집도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3월 20일 드디어 수술 날짜가 잡혔고 기적적으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임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아야한다. 체력적인 부담도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 걱정인건 금전적인 부담이다. 수입이 전혀 없다보니 빚을 갚을 수 없어 빚쟁이들에게 시달릴 수밖에 없다. 본당에서 교리교사를 할 정도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지만 이제는 빚쟁이들이 무서워 본당을 갈 수도 없다. 임씨를 찾으러 본당 성모의 밤 행사 때 빚쟁이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철렁했다.
“주님께서 살려주셨으니 앞으로의 길도 가르쳐주시리라 믿습니다.”
힘들고 지치지만, 그래도 수술 날짜가 한 주 한 주 밀려가던 그 시기에 비하면 지금 생활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라며 임씨는 애써 미소 지었다.
※성금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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