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누구를 만나야 하며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일에 이르기까지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가족이 없고, 가정이 없는 신부는 타인과의 상의나 도움 없이 홀로 결정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밥을 먹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는 서로에게 길들여진 식단에서 음식을 먹지만, 독신인 사제는 오로지 자신의 입맛에만 충실한 결정을 내린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만의 입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다른 것들보다 음식에 있어서는 꽤나 민감하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면 가끔은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가보지 않은 식당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식당에 갈 때에는 대부분 신자들과 먼저 가본 적이 있는 곳에만 발을 들여놓게 되고, 모르는 식당에는 절대 혼자서는 들어가지 않는다.(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지만...^^) 처음 가는 곳에서 음식을 먹게 되면 여러 곳의 검증을 거쳐서 ‘맛집’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동사무소의 안내를 받거나 아니면 근처의 성당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신자집의 좋은 맛집을 소개 받는다.
그런데 가끔 소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면 혼자서 많은 고민을 한다. 처음 만나는 집은 조금 허름해서 싫고, 두 번째 집은 간판만 큰 것 같고, 다음 집은 차가 많이 있지 않은 것을 보면 맛이 없을 것 같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만 음식점들을 다 놓치고 집에 와서 라면으로 때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평소에 짜장면을 즐기는 나는 자주 손짜장집을 찾곤 하는데, 식탁에 앉아 주문을 할 때면 늘 같은 고민을 한다.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짜장면을 시키면 짬뽕이 걸리고, 짬뽕을 시키면 짜장면이 생각나고…, 이런 국민적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짬짜면이 나왔지만 그것으로 정신적인 욕구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짜장이나 짬뽕을 먹고 나서 오는 미련과 아쉬움이 다음을 기약하게 만들듯이, 사람의 만남도 약간의 미련과 아쉬움이 매력으로 남겨지는 것 같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항상 미련이 많아지고, 혹 지금의 결정이 후회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지, 늘 불안하고 만족하기가 어렵다. 어쩌면 부부라는 서로의 선택에서 오는 불확실함이 믿음을 약하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다른 선택에 대한 동경심이나 미련 속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희망해 보지만 그것은 망상(妄想)일 뿐이다.
오랜 생각과 비교, 검토 속에서 두 사람은 행복지수와 경제적 여건도 고려하면서 최선의 선택으로 결혼을 하였다. 지금 다시 과거의 그 상황으로 되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어느 선택이든 중요한 것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오묘함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사랑의 신비가 부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결국 하나를 선택하고 나면 더 멋있고 능력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미련이 남게 되고 그 미련이 크면 클수록 그것은 배려와 믿음이 없는, 그야말로 정(情)이 없는 무늬만 부부가 될 확률이 더 큰 것이다.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인다고 하듯이 선택하지 못한 미련과 아쉬움에 나는 늘 짜장과 짬뽕 앞에 고민을 하지만 부부들은 짬뽕과 짜장의 맛을 함께 나누기에 하나요, 행복한 것이다.
부부들이여! 서로가 최선의 선택임을 잊지 말라!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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