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창조보전연대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 환경을 위협하는 핵의 위험을 알리고, 자연 속에서 생태주의자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체득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배제한 2박 3일간의 체험들을 준비했다.
기자는 이번 축제를 계기로 참가자들과 함께 화석연료 없는 야생을 체험하고, 그동안 에너지 소비 지향적 삶에 익숙해진 모습을 돌아보는 한편, 환경을 위한 소박한 삶에 맛 들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기자의 체험기.
■ 축제의 시작
축제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무엇이든 만들어서 사용해야 한다. 도착과 함께 이름표도 직접 만들었다. 나무 조각 목걸이에 사인펜으로 그린 이름표가 정겹다.
천연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만드는 손길도 분주하다. 허브 용액을 섞어 만든 천연 모기 퇴치 스프레이는 화학제품의 자극적인 향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에게도 무리가 없다.
만들기에 열중하다 문득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업무만큼이나 놀이에 익숙해진 휴대폰 사용습관이 떠올랐다. 몇 시간만이라도 이러한 모습에서 탈피하고자 잠시 휴대폰 송수신을 차단했다. 오락이나 편리성에서는 멀어졌지만 전력소모를 줄이고, 고요한 가운데 자연과 더욱 가깝게 만날 수 있었다. 함께 참가한 그리스도의교육수녀회 김은경(클라라) 수녀가 “우리가 편리함에만 물들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휴대폰 배터리 충전은 자전거 발전기 페달을 밟아야만 가능하다. 땀이 나고, 번거롭지만 운동과 충전의 일석이조 효과가 재미나다.
▲ 허브 용액을 섞어 천연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만들고 있는 모습.
■ 눈물 젖은 식사
야생의 생활은 식사 시간에도 예외가 없었다. 조리를 위한 가열도구마저도 직접 손을 거쳐야 한다. 철제 페인트 통, 식용유 통 등을 재활용한 ‘로켓 화덕’을 만들기로 했다. 내용물을 다 쓴 철제 페인트 통, 식용유 통 윗면과 옆면에 구멍을 내고 각각 연통을 끼워 연결시킨 다음, 빈 공간에 단열재(연탄재, 숯 등)를 채워 넣는다. 옆면 구멍에 끼워진 연통 부분에 떨어진 나무 조각이나 폐지 등을 활용해 불을 피우면 화력이 로켓처럼 연통을 타고 올라가 음식을 가열하는 방식이다.
불을 때본 경험이 없기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가며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 피어 오른 연기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른바 눈물 젖은 식사시간이 펼쳐졌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스토브를 만들고 식사를 완성하기까지 한참이 걸렸지만 누구 하나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꿀맛 같은 식사보다 더욱 꿀맛인 것은 불편함 속에서 얻어진 소박한 행복이다. 더불어 스스럼없이 사용하던 가스, 전기의 소중함도 새삼 깨닫는다.
햇볕이 든 다음날에는 태양열 조리기를 이용해 달걀, 감자를 삶아먹었다.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달걀, 감자가 맛있게 익었다. 또 한 번 편견을 깨는 순간이다.
▲ 매캐한 연기에 눈물까지 흘려가며 불을 피운다. 식사를 완성하는 데에는 한참이 걸렸다. 불편함 속에서 얻어지는 소박한 행복이다.
▲ 창조보전축제 참가자가 페인트 통을 재활용한 ‘로켓 화덕’을 이용해 국을 끓이고 있다.
▲ 아이들이 로켓화덕에 바람을 불어가며 불을 피운다. 지금은 불편하지만 자연을 지킬 수 있다는 기쁨이 따라온다.
■ 자연과 친해지기
각종 풀꽃들이 종아리까지 자라있는 생명학교 운동장에는 무당개구리가 산다. 무당개구리는 참가자들의 숙소인 텐트 주변을 휘젓고 다닌다. 도심생활에 익숙한 기자는 개구리 출현이 반갑고, 신기하다.
▲ 창조보전축제가 열린 충남 금산 생명학교 운동장에서 눈에 띈 개구리.
축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사무처장 양기석 신부가 생태강연 중 남긴 “신앙인에게 자연은 단순한 삶의 환경이 아니라 창조주의 거룩한 숨결이 서린 ‘창조’ 그 자체”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양 신부는 기자를 비롯한 참가자들에게 “인간은 착한 청지기로서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하느님 뜻에 숙명하며 지속적인 창조 행위에 동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