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세기 2, 23)라는 아담의 감탄과 함께 불가분의 관계가 형성된 부부는 마치 시장 어물전에 나온 ‘자반 고등어’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자반 고등어는 ‘한 손’이라고 해서 큰 고등어 뱃속에 또 다른 한 마리가 들어 있는 두 마리 이면서도 한 마리 같은 모습이다.
부부 역시 다른 두 사람이 결혼을 통해 하나가 되는 삶이다.
자반 고등어를 한 마리씩 빼어 사고팔 수 없듯이 부부 역시 서로 떨어져서는 하나의 의미로서 존재할 수 없는 공동운명체로 살아간다.
결국 자기가 태어난 가정 안에서의 의식주 해결방식과 성장한 가정환경 등이 다른 두 사람이 결혼과 함께 서로의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가 행복한 가정의 열쇠인 것이다.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가정에 대하여 ‘부부를 중심으로 어버이와 자녀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운명 공동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정의 출발은 남녀의 하나됨에서 시작되고 그 가정 안에서 자녀의 출생이 선물로 주어져 함께 생활하는 가장 작은 단위로서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세포인 것이다. 그런데 이 작은 사회가 무너져 가고 있다. 가정이 무너져 간다는 것은 사회와 국가가 혼돈상태에 빠져간다는 말이다.
얼마 전 아침 뉴스에 한 남편이 아내와의 말다툼으로 인해 화가 나서 집에 불을 질러 노모와 아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유는 아내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화가 나서 너도 한번 고생해 보라는 마음으로 사고를 냈다고 하면서도 그 사람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듯 죄책감이 전혀 없어 보였다.
가정이란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사랑과 헌신이 그 속에 있다는 말이다. 내 주장을 펼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가족들의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필리핀에서는 결혼을 할 때 주례자가 큰 초를 한 자루 준비해 가지고 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식장에 두 개의 초가 나란히 켜 있는 것을 큰 초 한 자루에 옮겨 붙인 후에는 두 개의 촛불은 끄는데 이는 남녀 서로가 각자 주장의 불을 끄고 하나의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고 섬기라는 뜻을 가진다.
그렇다. 가정은 하나의 마음을 가지는 곳이다. 각자의 촛불은 끄고 하나의 촛불을 밝혀 가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이런 가정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음식 중의 하나가 우리들이 손쉽게 먹고 있는 김밥인 것 같다.
김밥을 구성하는 기본 재료는 김과 밥이지만 김밥 속에는 햄, 계란, 단무지, 당근 등이 들어 있다. 이런 모습은 가정의 기본 요소인 가족으로서, 김은 곧 가장(아버지)을, 밥은 어머니를 뜻하며 김밥 속의 내용물은 자녀를 의미한다. 김이 터지거나 구멍이 나면 가정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것이고, 밥이 질거나 되면 김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또한 김밥의 내용물이 상하거나 없다면 먹지를 못하거나 의미가 사라지는 것처럼, 가정 속에 생명과 자녀가 없거나 아프다면 가정의 기쁨도 사라지게 된다.
김 없이 김밥을 만들 수 없고, 밥이 없는 김밥, 반찬 없는 김밥이 있을 수 없듯이 가정은 바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사랑을 나누는 운명공동체요, 생활공동체이다.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없어서는 안 되는 가정의 소중한 구성원들이다.
한 손으로 엮인 자반 고등어같은 부부의 사랑으로 김밥같은 아름다운 가정공동체로 봉헌되는 그 맛 !
“바로 이 맛이 성가정.”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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