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내 소수민족들은 지역과 상황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여전히 힘겹고 절망적인 환경에서 신앙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을 통해 그들을 양성시키고자 하는 베트남교회의 의지와 소수민족을 향한 사제들의 헌신,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그들의 자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 가닥 희망으로 남아 있다.
연재 마지막 순서로 교회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수민족 아이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만나 온 아이들과 다소 달랐다. 그들의 얼굴에는 희망의 미소가 있었고 미래에 대한 꿈이 있었다.
■ 데레사기숙사
부온마투옷(boun ma thout)교구에서 소수민족 기숙사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데레사기숙사는 지난 2003년 설립됐다. 현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남학생 44명, 여학생 43명이 생활하고 있다. 주로 세당족, 에데족 출신 아이들이 많다. 대부분 소수민족 기숙사가 그렇듯 가난하거나 집이 멀어 통학하기 어려운 아이들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방과 후 교실을 통해 베트남어와 교리 등의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기숙사 측은 다양한 직업교육을 통해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기숙사 원장 응웬티투언 수녀는 “이곳 생활을 통해 소수민족 아이들이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양성된 아이들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다른 아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숙사 생활을 통해 아이들이 성소를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은 때마침 기숙사의 여름 방학식이었다. 이날 아이들은 방학식을 맞아 직접 준비한 노래와 춤 등으로 학예회를 꾸몄다. 한류의 열풍은 이곳 소수민족 아이들에게까지 닿아 있었다. 그룹 슈퍼주니어, 티아라와 같은 국내 인기 가수들의 히트곡에 맞춰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아이들이 표정에서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돌 스타를 동경하고 그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 하는 것은 소수민족 아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방학식 행사에서 응웬티투언 수녀는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며 서로 돕는 것 또한 공부”라며 “지금 많은 사람의 후원이 있어 이렇게 생활할 수 있듯이 여러분도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숙사 생활 한지 3년 된 허검(마리아·13)양은 이곳에서 교리교육을 받고 올 부활에 세례를 받았다. 그는 “수녀가 돼 고향 아이들에게 교리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방학식을 맞이한 데레사기숙사 아이들.
▲ 데레사기숙사에서는 기쁨나눔재단 후원으로 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읽을거리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전자책을 제공하며 시청각 자료를 이용한 영어공부도 가능하다.
■ 꼰히링본당
꼰히링본당 주임 바낭리 신부와 신자들은 성당 입구에서부터 양 옆으로 길을 만들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은 이후 ‘주님이 나를 보내주셨듯이’라는 노래에 맞춰 전통춤을 선보이는 한편 부채춤, 전통악기 연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아이들은 손발이 맞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동작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했다. 특히 아이들 얼굴 가득히 퍼져있는 미소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사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꼰히링본당에는 광주 운암동본당의 후원으로 건립된 기숙사가 있다. 운암동본당은 본당 설립 30주년을 맞아 지구촌 이웃에 대한 관심과 나눔 실천을 강조했던 전 주임 정형달 신부(광주대교구 원로사목자)와 본당 신자들의 뜻을 모아 지난 2010년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2011년 1월에 착공에 들어가 같은 해 10월 완공된 기숙사는 교실 3칸, 침실 2칸, 식당 1칸으로 구성돼 있으며 남학생 10명, 여학생 39명이 생활하고 있다. 기숙사는 3km 인근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있어 통학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 때문에 주로 장거리 통학으로 인해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소수민족 세당족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이뉴언(18·마리아막달레나)양은 “기존에 생활하던 기숙사 시설보다 넓고 쾌적하다”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기쁨나눔재단 상임이사 염영섭 신부는 “기숙사 건립 이전에 찾아왔을 때보다 아이들 표정이 한결 더 밝아졌다”며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환경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염 신부는 해외에 있는 어려운 이들을 위한 나눔 실천의 좋은 예로 운암동본당과 꼰히링본당을 들었다. 본당 대 본당 교류를 통해 일시적 후원에서 그치지 않고 꾸준한 관심을 갖고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 염 신부는 “꾸준히 관심을 갖고 그들의 어려움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꼭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새로 건립된 데레사기숙사 침실.
▲ 꼰히링본당 기숙사 아이들이 부채춤을 선보이고 있다.
▲ 쾌적해진 교실에서 아이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 기쁨나눔재단
재단법인 기쁨나눔(이사장 신원식 신부)은 지난 2010년 2월 23일 한국 예수회에서 발족했다. 이후 재단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교육, 급식, 환경 개선, 의료 등의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소수민족들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꼰뚬, 사파, 에커마 지역 등에서 기숙사 신설 및 식수 개선을 위한 우물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베트남 소수민족 아이들에게 도움 주실 분 : 우리은행 1006-801-342108 예금주(재)기쁨나눔
■ 문의 : 02-3276-77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