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 과분하다는 마음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먼저 오늘 이 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보면 제가 산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고 밀어주셨다는 것을 고백하게 됩니다. 제가 사목을 하면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게 되는 경우에 하느님께서는 그 십자가를 함께 져주는 유능한 협조자들을 반드시 보내 주셨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교구 사제 800명에 육박할 만큼 아들, 딸을 하느님께 바치신 성직자와 수도자의 부모님들, 서울대교구 복음화율 15% 달성에 주력하시면서 2020년에 복음화율 20%를 달성하자는 2020운동이 열매 맺도록 애써 주신 평신도 사도직 단체회원 여러분, 헌신적으로 자원 봉사하시는 각 본당 사목위원, 구역장, 반장 여러분, 그리고 본당이 약 100개가 신설되고 성당이 신축될 수 있도록 희생과 봉헌을 해주신 교형자매 여러분께 무어라고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세월을 회고하니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사목을 하면서 상본 성구로 선택한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살았지만 되돌아보면 부족함이 너무 많아 송구합니다.
그러나 교구의 신부님들, 수도자, 직원들이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해 주셨기에 큰 어려움없이 사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와 함께 사목했던 주교님들, 교구청의 모든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교회와 교구를 위해서 계속 기도하며 제가 할 수 있는 봉사를 하며 생활하겠습니다.
형제 사제 여러분! 저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느낍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여러 가지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각기 맡은 소임을 최선을 다해 사목 활동을 하는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사제는 누구보다도 앞서 우리의 스승 그리스도를 따라서 그분과 함께 길을 가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예수님을 닮은 사제로 백성 앞에 설 수 있습니다.
교형자매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우리 사제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모든 사제들이 사제서품 때의 마음으로 한평생을 살 수 있도록 신자분들이 항상 기도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교구장직을 떠나도 매 순간을 하느님께 감사하고 자비하신 섭리에 따라 최선을 다해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까지 건강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명동을 떠나 혜화동에서도 지금처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저의 작은 정성과 기도가 우리 교회와 교구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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