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손길이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사람이야말로 정말로 미용이 필요한 분들이죠.”
수원대리구 북수동본당에 가면 특별한 미용사를 만날 수 있다. 노란머리에 고무신을 신고 항상 성경을 들고 다니는 이 미용사는 손님이 오길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찾아올 수 없는 손님을 찾아 방방곡곡을 뛰어다닌다. 자그마치 30여 년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미용봉사를 해온 조애덕(아델라·52)씨는 오늘도 가위를 들었다.
“제 이름이 애덕이에요. 사랑하려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야 해요. 그래야 진짜 사랑을 전할 수 있어요.”
늘 베푸는 삶을 사셨던 부모님을 보고 자란 조씨는 미용에 관심을 두고 배우기 시작하면서 미용봉사를 시작했다.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미용봉사뿐 아니라 허드렛일 봉사며 기도봉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름처럼 사랑하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미용실을 찾기 힘든 시골 마을에서부터 수도원, 교도소, 병원에 이르기까지 미용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다녔지만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조씨의 봉사하는 마음의 중심에는 늘 하느님이 있었다. 매주 강론을 메모하며 늘 성경을 들고 다니는 그는 “내 사랑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으로 봉사하며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고 싶다”고 했다.
수많은 봉사로 하느님의 사랑을 독차지했을 것만 같은 조씨지만 큰 시련도 겪었다. 미용의 중심지라고도 할 수 있는 서울 명동에서 일하면서 각종 대회에 출전해 상을 타고 강사로 활동할 정도로 ‘잘나가던’ 조씨였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믿었던 이들이 등을 돌리고 가진 재산도 모두 사라졌다. 조씨의 손엔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평생에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난 그는 이제 오히려 하느님께 감사한다.
“봉사는 나를 비우고 낮춰야 할 수 있는 것이죠. 겸손해지고 낮아질 수 있도록 고통을 허락하셨다고 생각해요. 예수님께서 늘 참아주시고 돌봐주셨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봉사할 수 있어요.”
신발 끈 묶을 시간조차 아까워 고무신을 신으며 봉사한다는 조씨의 꿈은 ‘쉼터’를 만드는 일이다. 육적으로 영적으로 지친 이들이 언제든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피정도 프로그램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이 대부분이잖아요. 신자 분들이 쉴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또 오갈 데 없는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살고 싶어요.”
※봉사 필요하신 분 010-4731-8639 조애덕(아델라)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