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신문사와 한국사목연구소는 7월 5일 명동성당 코스트홀에서 「가정의 미래, 교회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톨릭신문사와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는 7월 5일 오후 2시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 2층 코스트홀에서 「가정의 미래, 교회의 미래」를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혼으로 인한 우리 사회와 가정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적절한 사목적 대안을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교황청 가정평의회 의장 알폰소 로페즈 트루히요 추기경은 심포지엄 개최에 즈음해 보내온 격려사에서 『가정은 새 복음화의 핵심』임을 지적하고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한국 사회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가톨릭교회가 기여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다음은 심포지엄의 주요 발표 내용이다.
▒ 기조강연 / ‘가정의 위기와 교회의 역할’(이기헌 주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군종교구장)
“혼인과 가정은 하느님의 축복”
가정사목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구약성서는 혼인과 가정이 축복받은 하느님의 계획임을 말한다. 창세기에는 자녀 출산을 비롯해 자녀와 함께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은유적으로 들어있다. 그것은 혼인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이고 축복이다. 하느님과 삼위일체의 신비 안에서 이뤄진 가정은 사랑이신 하느님의 토대이며 사랑과 위격적 친교와 일치로 이뤄진 것이다.
신약성서는 부부는 갈라질 수 없다며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말한다. 마태오 복음 19장에서 예수님은 창조에서의 남녀의 축복을 환기시키며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이보다 명백한 혼인의 불가해소성(이혼)에 대한 말씀이 어디 있겠는가?
「가정교서」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은 부부의 인격적이고 완전한 자기 봉헌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하느님 자신이 인간에 대해, 또 예수님이 교회에 대해 품으신 절대적으로 충실한 사랑의 징표로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원하고 선포했다. 혼인의 불가해소성과 정절의 무한한 가치에 대해 증언하는 것은 현대 그리스도인 부부의 가장 값지고 긴급한 임무라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가정공동체」를 통해서 본 그리스도인 가정의 역할은 먼저 인간 공동체의 형성이다. 가정의 첫째 임무는 진정한 인간 공동체를 발전시키는데 계속적인 노력을 쏟으면서 일치의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생명에의 봉사이다. 출산을 통해서 하느님의 모상을 전달하는 일, 그리고 인간 생명을 촉진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또 가정은 모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제 덕행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이다. 부모는 생명의 가치에 대해 교육하고 봉사, 성교육, 특히 정결 교육을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사회 발전에의 참여, 공동체에 대한 기여이다. 가정은 사회의 활력 있는 기초적 세포로 일치와 나눔의 체험을 하는 곳이고 이것이 사회로 이어질 때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네 번째는 믿고 복음 선포하는 공동체로서의 그리스도인 공동체이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하느님의 말씀을 존경스럽게 듣고 그것을 자신 있게 선포해야 한다. 이런 사명을 의식하고 있는 가정은 모든 가족이 복음을 선교하는 곳이고 동시에 복음화되고 있는 곳이다.
▒ 격려사 / ‘가정은 새 복음화의 핵심(트루히요 추기경, 교황청 가정평의회 의장)
“유대 깊은 가정 어려움 잘 극복”
여러분께서 하시는 일은 가정과 교회를 결속시켜 줄 것입니다. 사실 오늘날 가정은 수많은 장애와 역경에 둘러싸여 있으며 특히 사실혼이라든지 피임과 낙태의 만연, 법의 가치를 그 내용의 선한 뜻과 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단순히 다수의 합의로 결정하는, 법에 대한 실용주의적 사고 방식 등으로 전통적인 가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 이혼은 굳건히 똬리를 틀고 치명적인 독을 퍼뜨리며 온갖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다루시는 주제는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와 관련이 있습니다. 내년에 거행될 세계 가정의 해 10주년을 맞아, 여러분께서 이렇게 중요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신 것은 잘 하신 것입니다. 여러분의 관심은 혼인과 가정, 특히 자녀들에게 충실한 부부들 뿐만 아니라 이혼으로 고통 받는 모든 사람에게 집중될 것입니다.
혼인에 바탕을 둔 가정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전해 주신 기쁜 소식이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가정은 새 복음화의 핵심입니다. 견고한 혼인의 유대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가정은 현대 사회의 많은 어려움들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그리스도인 가정의 경우에 그러합니다. 올해 초 마닐라에서 열린 제4차 세계가정대회는 이혼 문제를 고찰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여러분이 현재 하는 일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줍니다.
이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곧 혼인 준비가 먼 준비, 중간 준비, 가까운 준비 등 세 가지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주는 가정 연구소와 기관을 설립함으로써,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가정사목을 확립하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에는 부모들의 동의와 지원으로 청소년들에게 건전하고 충실한 성교육을 하게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것은 또한 목자들이 가정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며, 위기를 겪고 이는 부부들을 돕기 위한 노력을 통합하도록 교구와 주교회의를 이어주는 조직망 설치를 뜻하기도 합니다.
끝으로 이혼한 뒤 재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1997년 교황청 가정평의회 정기 총회에서 교황 성하께서 하신 격려의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혼한 뒤 재혼한 사람들은, 세례를 받았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간직하고 있기에 변함없이 교회의 일원인 것입니다』
▒ 제1주제 ‘한국 가정의 위기, 그 원인과 대책 고찰-이혼현상을 중심으로’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급변하는 사회와 여성의식 따라잡지 못해, 결혼.이혼.재혼 전후 제도적 교육도 필요”
사회의 일차 집단인 가족 해체를 의미하는 이혼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이다. 더욱이 높은 이혼율에 비해 이혼 전후 가족 갈등에 대한 연구나 사회 안전 장치 등이 전무한 현실은 이혼자 및 그 자녀들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한다.
현재 한국의 가족은 새로운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전통적 직계 가족 제도에서 현대적 부부 중심의 핵가족 제도로의 제도적 변화 과정이며 다른 하나는 집단주의적 가치와 성역할 고정 관념을 근간으로 하는 가부장적 체제를 극복하고 가정 내에서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관계를 이뤄가려는 민주적 가족 형성에의 변화과정이다.
서구는 이런 변화 과정이 수세기에 걸쳐 이뤄져왔지만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 위주의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불과 몇 십년 안되는 짧은 기간에 그것도 이러한 급속한 변화에 대처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사회적으로는 물론 가족 내에서도 성원 간에 엄청난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한국의 가족은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전통적 가족 규범이 해체됨으로써 외형적으로 전반적인 구조는 부부 중심의 핵가족 형태가 주류이나 관습적,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남계 혈통 중심의 가부장제가 가족 관계를 좌우함으로써 가정내에서 여성과 남성의 현격한 의식 격차로 인한 문화 지체 현상, 그리고 이로 인한 갈등과 마찰이 이혼율 상승의 핵심적 요인이라고 판단된다.
70년대 이후 전통적 가족 규범 붕괴가 가족 해체 현상을 불러오는 한편, 또 다른 현대적 의미의 가부장제가 사회 전반에 실현되고 있다. 즉 공적 영역에서 상층부의 대부분을 남성들이 차지한 것이다. 이러한 남성 지배 문화와 전통적 가족 규범으로 적용됐던 가부장제가 서로 상호 작용하며 강화돼 왔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급격한 사회 변동과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양성 평등 이념의 확산은 전통적 가족 규범과 충돌하면서 가족 갈등, 부부 갈등으로 드러나 끝내 이혼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43년간(1956~1999)의 통계와 설문조사를 보면 주로 여성 이혼 및 노년 이혼의 증가가 한국 사회 높은 이혼율의 주된 요인으로 부각됐다. 문제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통적 가족 규범의 관념과 사고의 일대 혁신이 없으면 한국 사회 이혼율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혼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변화도 중요하다. 이혼이 일탈적인 행위가 아니라 결혼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을 예방하기 위해서 결혼 전후, 이혼 및 재혼 전후의 교육이 필요하고 이는 가정 문제 전문 기관에서 수행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혼 예방의 지름길은 남성들의 의식을 현시대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또 남성 중심, 부계 혈통 중심의 모든 법과 제도, 관습을 양성 평등의 이념에 맞게 개정, 폐지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혼 예방과 함께 이혼한 가정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사회 복지적 배려와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 제1주제 논평(이정옥 교수, 대구가톨릭대 정보사회학과)
“모든 문제, 개별가족책임으로 전가, 사회가 개입해야 해결 실마리 보여”
현대 사회에서 가족을 둘러싼 담론은 이중적이며 혼란스럽다. 이러한 혼란의 요인은 가족의 사회적 의미가 축소된 대신 「사적인 영역」으로서 가족이 담당하는 정서적 중요성은 더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제도가 처해 있는 이중적 위치와 가족에 대한 가치개입적 시각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의 차원을 넘어 해체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가족의 문제를 대하는 입장은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반적으로 가족 해체의 위기에 직면한 이들이 흔히 내리는 처방이 가족구성원의 결속 또는 도덕적 각성을 통해 가족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이로 인해 전통성과 근대성이라는 비동시적인 것이 동시적으로 혼재하는 가족 구조는 세대간, 성별간, 계층간 갈등을 관리하지 않은 체 방치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나아가 맞벌이 부부의 등장에 따른 출산과 양육의 사회화, 노인문제, 청소년의 일탈 등의 문제가 사회적 차원보다는 개별 가족의 차원으로 환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렇게 가족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개별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되며 국가는 방관자적 입장을 취했다. 이로 인해 「가족 복지」라는 차원에서 맴돌고 있는 한국적 복지 모형은 가족을 위한 복지라기보다 가족에 의한 복지 측면만 강조되고 있다.
집안에만 떠맡기는 각종 가족문제를 공론화하여 적극적으로 사회가 개입하기 시작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게 되는 것이다.
▒ 제1주제 논평(박현민 신부, 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사랑.결혼.가정 성찰 부재로 이혼, 정신적 성숙.사회적 적응성 길러야”
발제자는 가족제도의 변화와 이혼이라는 사회적 현상 사이의 논리적 연결고리를 남녀의 불평등한 대립 구도가 존재하는 가부장적 남성 위주 사회 안에서 바라보고 있다. 나아가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남성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여성의 대립 양상 안에서 이혼의 주된 요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이며 여성해방적인 측면과 아울러 더 깊은 내면적 원인에 대한 통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형적으로 급속도로 발전하는 듯이 보이는 한국사회 곳곳에서 여러 부적응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주시할 때 이는 내면의 성숙도가 결여된 발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더 근원적으로 이혼율 상승의 원인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외적인 생활 형태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대인의 내적인 부적응 현상과 미성숙 상태를 드러내는 결과로 파악될 수 있다.
따라서 이혼에 대처하는 부부들의 정신적인 성숙성과 사회적 적응성의 요소가 어떠한가 하는 것이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이다.
결국 이혼은 사랑과 결혼, 가정에 대한 진정한 성찰의 부재에서 오는 극단적인 결과로 넓게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신적 성숙성 ▲사회적 적응성을 기를 수 있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할 때 이혼문제에 대해 보다 근원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