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활이 걸린 문제…중심사목으로 인식돼야
전국.교구.본당 단위의 관련기구와 연구소 필요”
가톨릭 신자의 가정 상황 역시 한국 가정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황 문헌 「가정 공동체」의 정신에 입각해 우리 현실을 살펴보면 우선 가정이 가정사목의 주체인지 대상인지 그 분별의식이 부족하다. 또 교회의 가정사목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관심이 부족하다. 특히 사목자와 수도자들의 관심도가 낮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신학교 교육이나 사도직 양성 과정에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과 관련한 교회의 평신도 교육도 불충분하다. 교회내의 전문적인 가정 사목 교육 프로그램이 결여돼 있다. 가정 관련 단체들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도 미흡한 상태이고 특수한 환경의 가정사목도 미비하다.
위기의 가정을 위한 가정사목의 대안은 매우 긴급하다.
먼저, 가정이 가정사목의 주체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목자나 신자들은 가정사목의 대상이 가정이라는 사실은 잘 알지만 주체가 가정이라는 의식은 매우 부족하다. 가정이 자기 가정과 이웃 가정을 복음화하는 주체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고 가정 사도직에 대한 재인식이 요청된다.
다음은 가정 중심의 통합적인 사목으로의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가정 사목을 사목의 일개 구성 요소가 아닌 사목의 주요 개념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요청된다. 가정 사목은 한국교회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며 가정사목이 여러 사목의 하나가 아닌 교회의 중심 사목으로 인식돼야 한다.
예컨대, 주일학교 교육에 가정 관련 프로그램을 배려하고 ME, 선택 등의 활성화를 꾀하며 본당에서 가족 피정, 가족 단위 외부 행사, 가족 미사 등의 확대와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국 단위, 교구 및 본당내의 가정 사목 관련 기구가 설립, 활성화돼야 한다.
가정 중심의 단체 활동이 필요하며 특히 소공동체 운동이 가족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 돼야 한다. 적어도 분기별, 혹은 일년에 한번이라도 여러 가족들이 모이는 소공동체 모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가족 중심의 활동이 늘어날 것이므로 가정사목 프로그램이 보강되고 기존 사목이 가족과 가정 중심으로 변화돼야 한다.
특수한 환경의 가정에 대한 사목적 배려도 시급하다. 편부모, 조손 가정, 도박 중독자와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고 성폭력, 가정 폭력으로 고통 받는 가정이나 장애아, 독거노인 가정, 낙태 경험자 등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시급하다.
돌이켜볼때 1960년대 이후 30여년 넘게 지속된 막대한 재원의 인구 정책 물결에 비하면 교회의 가정사목 노력은 매우 미미했다. 이제 21세기에는 위기의 가정을 일으켜 세우고,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이루는 시대가 돼야 한다.
가정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 첫째, 가정 사목의 대상이자 주체가 바로 가정이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가정을 위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가정사목을 사목의 중심 과제로 통합하는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앞으로 다가올 주5일 근무제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가정 사목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므로 이를 위한 연구소가 설립돼야 한다.
▒ 제2주제 논평김동춘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 전담)
최근 입교자 감소 냉담자 증가는 교회가 가정 위기에 미온적인 탓
최근의 입교자 감소와 냉담자 증가는 가정의 위기에 응답해야 할 교회의 미온적인 사목적 응답에 대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가정의 삶에 구체적으로 응답하지 못하는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며, 가정이 그 기능과 역할을 상실하게 되면 교회는 흔들리고 말 것이다.
따라서 교구의 사목적 비전에서 가정사목은 중심에 있어야 한다. 본당사목이 가정사목과 별개가 아니라, 일상적인 본당사목이 가정사목이 될 수 있도록 사목자들과 그 협력자들이 가정 중심의 교회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신학교 교육과 본당에 파견된 수도자들에게 가정 중심의 교회관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
또한 ME, 「선택」 등 가정사도직 단체 봉사자를 양성해 사목에 활용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특히 사목자들의 관심과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선언적 캠페인만이 아니라 사목자들이 일선 사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 제공되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일선 본당에 가정분과 설치는 필연적이다. 사목의 현장인 본당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조직적으로 프로그램이 전파되고 신자 대중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설득력을 가지고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신도 가정사목자 고용
나아가 교구 내에 가정사목연구소 내지는 가정사목센터 설립을 통해 가정사목의 전문성을 높이고, 평신도 가정사목자를 고용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한다. 가정의 위기가 심각한 이 때에 가정사목을 위한 교구와 본당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는 곧 교회의 성장을 위한 투자이다.
▒ 제2주제 논평(조옥진 신부, 부산가톨릭대 영성심리상담소장)
생명윤리적 가치관에 너무 치중, 일반인들 가정문제 무관심 불러
가정의 위기는 산업사회의 영향에 의한 가족구조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성과 부양이라는 가정의 주기능은 큰 변화가 없으나 가족집단의 의식구조 변화와 더불어 경제 교육 종교 등 가정의 부기능이 급격한 변화와 기능 상실로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의 논의는 교회 현장 안에서 실천적 방법론, 즉 세부적이고 영역별적인 비전과 전략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정사목의 실천적인 방법론을 위한 현실 진단과 대안 모색은 세부적인 상황 검토에 기초를 두어야 할 것이다.
문제 가정의 발생 요인은 가정 내의 부부관계, 종교적 갈등 등 일반적이며 보편적 상황에 놓여 있는 문제로 인한 「삶의 유형적 가치관」 문제와 배아복제, 안락사, 사형제도 등 제한적이고 전문적인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가정 밖의 사회문제로 인한 「생명윤리적 가치관」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가정사목의 핵심 방향은 생명윤리적 가치관에 치우쳐왔다. 이로 인해 가정문제는 일반인들에게는 무관심의 영역이 되고 교회 안팎의 실효성도 미미한 상태다. 또한 캠페인이나 대중적인 행사가 가정사목의 주된 사업이 되다 보니 신자들의 실제 삶에서 중요한 「삶의 유형적 가치관」에 대한 사목은 매우 등한시되고 있다.
실질적인 프로그램 필요
따라서 교회 안팎의 현장 체험에 이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그램들의 소개와 더욱 실질적인 참여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주어져야 한다. 특히 사회복지사목영역 안에서 중복 또는 흡수되고 있는 가정사목의 영역을 분리시켜 독립 사목영역으로 상호 협력관계를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 심포지엄에는 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참석, 관심을 보였다. 사진 앞줄 오른쪽부터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용길 신부, 송열섭 신부, 이기헌 주교, 최창무 대주교,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 한홍순 교수.
▒ 축사 /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
“가정교회 없으면 교회공동체도 없어”
가정의 미래를 지켜나가기 위한 오늘 심포지엄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축하드립니다. 가정의 미래상은 곧 교회의 미래상입니다. 교회는 우리 가정을 가정 교회, 가정 공동체라로 부릅니다. 가정교회가 없으면 교회 공동체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이 공동체는 친교를 바탕으로,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교회입니다. 아버지라는 단어를 상실한 사회는 이미 공동체가 아닙니다.
오늘 이 자리는 우리 사회와 가정의 현상을 보면서 미래교회를 전망하는 좋은 심포지엄입니다. 인류 가족을 지향하는 교회 공동체가 그 세포인 가정을 보듬고 키우고 살려주면 교회는 그 몫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가정은 우리의 두 번째 「태(胎)」입니다. 개인 생명은 모체의 태로부터 생물학적인 생명을 얻지만 이는 무능한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은 제2의 「태」입니다.
가정의 미래와 교회의 미래는 하나입니다. 그런데 산업화는 이 가정을 해체함으로써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서 태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인간 복제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오는데, 인간의 제2의 태인 가정이 없는 복제 인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모자보건법으로 인해 허가 낸 낙태가 만연되고 있습니다. 생명을 키우고 발전시켜주어야 할 부모와 친지가 무려 30년 동안이나 살인을 방조해온 것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사회적 인간의 태를 없앤다면 우리 미래는 없습니다. 교회는 그래서 건전하고 성숙한, 성가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교회가 개인의 구령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구령을 위해 횃불을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정사목의 진단과 전망을 위한 좋은 심포지엄에 동참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 종합토론
“가난한 가정 위한 사목 대안도 필요”
“가정문제 보는 시각 차이 심각 공통분모 찾아야”
종합토론에서는 이혼과 이를 둘러싼 가정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중점적인 토론이 이뤄졌다.
높은 이혼율에 대한 곽배희 소장의 사회학적 분석과 박현민 신부가 제안한 내면적인 접근의 필요성은 상호보완적인 부분이 있음에도 접점을 쉽게 찾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참가자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나 교회에서 이혼을 비롯한 가정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며 이런 자리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 나가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을 지양하는 평등주의가 세워지지 않으면 생명존중의 기틀을 잡는 것 자체가 요원할 것이라는 이정옥 교수의 분석에는 공감대를 이뤄냈다. 또한 진정한 인간존중이 산술적 평등으로 오해되는 것은 경계해야 가정문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논의에도 대체적인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아울러 소년소녀가장 가정을 비롯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목적 대안 역시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사목 대상자들 사이의 위화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사목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현민 신부는 곽배희 소장이 제기한 가족 내에서 부모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구조적 문제와 함께 내면적으로 한발 더 다가서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로 보완점을 찾으려 했다.
이에 대해 조옥진 신부는 사회현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대상별로 좀 더 세분화된 프로그램 제시의 필요성을 제시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조신부는 가정문제와 영성문제에 따른 교회의 사목 프로그램이 다양한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하고 사회현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대안을 내오려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교회 차원의 전문위원회나 연구소 설립 등 적극적인 투자를 제안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가정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역동적인 존재라는 점에 공감대를 이뤄내고 가정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장을 마련해 나가자는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