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교회의와 함께하는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
“이슬람에는 ‘지하드’라는 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요.”
6월 21일 오전 서울 한남동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 중앙성원, 정석화 부제(수원교구)의 물음에 이주화 이맘(imam, 이슬람교 성직자)의 얼굴에 미소가 인다.
“지하드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슬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기자신과의 정신적인 싸움입니다. …폭력을 용인하는 순간 종교로서의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이날 단체로 이슬람교 중앙성원을 찾은 이들은 6월 20~22일 열린 ‘제6회 주교회의와 함께하는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에 참가한 전국 6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부제들. 책이나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슬람교를 접하다 처음으로 민낯의 이슬람을 마주한 부제들에게서는 잠시도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슬람 신자들에게 주일은 어떤 의미입니까?”(부산 김상용 부제)
“이슬람에도 천주교의 세례명 같은 게 있습니까?”(대전 공재호 부제)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이웃종교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용기이기도 했다. 미처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면들 때문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물음을 되삼키길 몇 차례, 이번 행사에 참가한 부제들은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무릅쓰며 더 큰 목적을 되새겼다.
지난 5회 행사까지 일부 신학교 별로 진행되다 전국적인 차원에서 처음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12개 교구에서 90여 명의 부제들이 함께했다. 서울 돈암동에 위치한 ‘상지 피정의 집’에 여장을 푼 부제들은 2개 조로 나눠 정교회 한국대교구청과 원불교 은덕문화원,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 중앙성원,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대한불교 조계종 길상사, 성균관 등을 방문하며 이웃종교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둘째 날 오후 방문한 서울 아현동 정교회 한국대교구청에서는 교구장 암브로시오스-아리스토텔리스 조그라포스(한국명 조성암) 대주교가 직접 부제들을 맞았다.
“정교회 성직자들이 수염을 기르는데 이유가 있는 건가요?”
정경민 부제(수원교구)의 물음에 조 대주교는 지중해 연안의 지역전통 등을 들며 정교회에 대한 이해를 더해나갔다. 몸소 레이저포인터를 든 조 대주교는 성 니콜라스 주교좌 대성당 내 성화와 성물 등을 설명하며 부제들에게 이콘 상본을 나눠주기도 했다.
최혁 부제(부산교구)는 “같은 하느님을 고백하면서도 다른 전통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면서 “특히 같은 길을 가면서도 몰랐던 다른 교구 형제들과 같이 모여 지낼 수 있었던 자체가 큰 기쁨이다”고 말했다.
부제들의 이웃종교 나들이는 셋째 날 대한불교 조계종 길상사 나들이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길상사 교육담당 광우 스님의 안내로 경내 곳곳을 순례한 부제들은 토착화를 위한 불교의 노력을 돌아보고 보시의 뜻에서 통하는 천주교와 불교의 나눔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김수환 부제(부산교구)는 “믿는 방법과 형식은 다르지만 각자의 믿음이 지니고 있는 투신하는 자세를 볼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면서 “이웃종교와 대화하고 다른 교구 형제들과 교류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부제들과 이번 행사에 함께한 수원가톨릭대 유희석 신부(선교학)는 “삶의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엉뚱한 것이 아니며, 각자의 길에서 열심히 살다보면 만날 수밖에 없다”면서 “서로가 문호를 열고 대화의 깊이를 더해나가면 각자의 발전에 좋은 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흘 동안 부제들을 인솔한 이정주 신부(주교회의 홍보국장)는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종교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면서 “전국에 있는 부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를 확장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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