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구 관계자는 “‘간소하면서도 품위있게’ 착좌식 행사를 치른다는 원칙 하에서 5월 16일 1차 회의 이후 한 달여 동안 8차례에 걸친 회의를 가지며 행사에 만전을 기한 덕분”이라고 밝히고 “기획 홍보 시설 의전 전례 등 각 팀별로 준비를 잘 해주었고 명동본당 사목국 등을 통해 참여한 신자 안내 봉사자들도 전력을 다해주어서 좋은 결과가 나온 듯하다”고 말했다.
◎… 장소 관계로 사전 ‘비표’를 받은 이들만 성당 입장이 허락된 상황을 감안, 명동본당측은 꼬스트홀과 성당 사이에 1천 개의 임시 좌석을 배치하고 계성여고 교문 앞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야외에서 행사에 참석하는 신자들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뜨거운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종이 모자 2천 개와 생수 1000통을 준비, 야외에서 착좌식 전례에 참례하는 신자들에게 배부했다. 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앰뷸런스를 대기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 이날 참석자 전원에게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대담집 「세상의 빛」과 염수정 대주교의 문장을 담은 5단 묵주가 기념품으로 증정됐다. 「세상의 빛」은 독일의 유명 언론인 페터 제발트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나눈 대담 내용을 담은 것. ‘시대의 징표들’, ‘교황의 직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등의 세 가지 소주제를 통해 ‘우리 삶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일과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 서울 한낮 기온이 33℃를 기록, 폭염주의보가 내릴 만큼 뜨거웠던 이날 행사장에는 무더위가 무색할 만큼 제14대 서울대교구장의 탄생을 보고자 하는 교구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착좌식 3시간여 전 이었던 오전 11시경부터 성당 마당에는 새로운 서울대교구장의 착좌를 기대하는 신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상봉동본당 소속이라고 밝힌 한 여성 신자는 “착좌식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 10시 이전에 성당에 도착했다”면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빵으로 점심을 때웠는데, 교구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기에 이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 6·25 전쟁 제62주년을 맞는 날 열린 염 대주교의 착좌식에는 누구보다 민족화해를 염원하는 사제들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재단법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대북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함제도 신부(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와 지난 2003년부터 「남북평화통일을 위한 로사리오회」를 이끌어온 임응승 신부(서울대교구 원로사제)가 그 주인공들.
함 신부는 “특별히 6·25전쟁이 일어난 이날 착좌식을 가짐으로써 교회의 모든 지체들이 고통 받은 민족의 역사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민족화해를 위한 새로운 희망과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90세로 착좌식에 참가한 최고령 사제이기도 한 임 신부는 “서울대교구가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 염수정 대주교를 위해 서울대교구 신자들이 선사한 영적 예물은 미사 영성체가 733만5000회, 주모경 815만 회, 묵주기도 5250만 회, 희생 88만9580회, 화살기도 1630만 회 였다. 이외에도 염수정 대주교를 위한 기도는 815만 회 였다. 이 같은 기도 내용은 축하식 선물 증정 시간을 통해 교구 총회장단 지역대표 3인에 의해 염수정 대주교에게 전달됐다.
◎… “진세(塵世)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
착좌식 미사에 이어진 축하식에서 600여 명의 사제들이 한목소리로 부른 축가는 축하식 프로그램 중 단연 참석자들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사제 서품 60년 차에서부터 갓 서품을 받은 새사제까지, 수십 년의 서품 연수를 넘나든 선후배 사제들이 함께 신학교 교가를 합창하자 성당 내에는 숙연함마저 감돌았다.
한 사제는 “사제단의 교가 제창은 신임 교구장을 환영하는 사제단의 축가로서뿐만 아니라 ‘사제직’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를 통해 사제단의 일치와 단합을 드러내는 의미 깊은 기회였다”면서 “사제단 일원으로서도 감동적인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역대 서울대교구장 착좌식에서 사제단이 합동으로 ‘신학교 교가’로 축가를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 축하식에서 사제단 대표로 축사에 나선 박기주 신부(서울 대방동본당 주임)는 ‘서울대교구 사제들의 맏형’이라 했던 한 신문기사를 인용, “따뜻한 피가 흐르고 정답고 동생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정겨운 말이 맏형임을 생각할 때 염 대주교님을 향한 이 말은 정확한 표현이며 우리는 그 모습을 사랑한다”고 밝혔다. 박 신부는 “이제 서울대교구 사제들이 마음을 모을 차례”라면서 “맏형이신 새 교구장님께 사랑과 애정과 순명을 약속하며 큰 환호와 박수로 맞이하자”고 말했다.
◎… 수도자 대표로 축사를 맡은 남상헌 신부(살레시오회)는 30여 년 전 염수정 대주교가 장위동본당에서 사목할 당시, 서울대교구 4지구 중고등부주일학교 교사연합회 일원으로 활동했던 인연을 소개하면서 “교회 젊은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시고 격려·지지하셨던 모습이 그때뿐만 아니라 사목생활 전체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졌음을 잘 알기에 더욱 고맙다”고 말하고 “모든 이를 품는 착한 목자요 아버지로서 참 생명문화를 건설하시며 하느님 부르심에 늘 기쁨으로 응답하실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한다”고 밝혔다.
▲ 착좌미사 중 열린 축하식에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의 축사를 듣고 파안대소 하고 있는 염수정 대주교. 오른쪽부터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대주교,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김지석 주교.
◎… 이날 행사에는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와 서울대교구의 새로운 걸음을 축하하는 이들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세 자매가 함께 착좌식에 참가한 임정희(안젤라·60·부산 영주본당)씨는 “서울대교구가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역사적 현장에 함께하고 싶어 명동성당을 찾게 됐다”면서 “새 교구장님께서 착한 목자로 서울대교구를 잘 이끌어 가시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염 대주교가 본당 주임 시절 새 성당을 지어 봉헌했던 서울 장위동본당(주임 김도영 신부) 공동체는 대형 플래카드와 피켓을 준비해 나와 축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 염 대주교의 착좌식 행사에는 김문수(모세) 경기도지사를 비롯,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 민주통합당 손학규 전 대표,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재희(마리아)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 한국기독교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대한성공회 한국관구장 김근상 주교, 정교회 한국대교구장 조성암 대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원불교 김대선 교무,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 엄현섭 목사, 천도교 정정숙 교화관장, 성균관 어약 수석부관장 등 이웃종교 지도자들도 대거 참석해 서울대교구의 새로운 걸음을 축하했다.
◎… 축하식에 이어 꼬스트홀에서 열린 축하연에는 주교단을 비롯 교구 사제평의회의원, 내빈과 가족들, 그리고 총회장단 지구 대표들이 참석했다. 축하 건배 시간에는 착좌식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조규만 주교가 건배사를 맡아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대주교의 사목표어인 ‘옴니버스 옴니아’, ‘아멘 베니, 도미네 예수’로 건배사를 제의, 전임 교구장과 신임 교구장의 사목표어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특별함을 주기도 했다.
▲ 착좌식 미사에 이어진 축하식에서 600여 명의 교구 사제단이 새교구장을 위해 ‘신학교 교가’를 축가로 부르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