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하자
▲ 염수정 대주교
우선 이 자리를 빌어서 저의 임명 발표 후 저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주시는 교회 공동체의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여러분들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그리스도 안에 한 몸, 한 가족이라는 깊은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제14대 교구장이라는 이 엄청난 직책은 부족한 저에게 너무 무겁고 송구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저는 다만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하신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만을 믿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주님은 당신의 일이 드러나기 위하여 부족한 저를 택하셨습니다. 저는 오직 하느님의 뜻과 그분의 영광이 드러나기만을 바라며 교황 성하의 임명에 순명하였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요한 10,10-14)처럼 교황 성하께서는 무엇보다 저를 착한 목자로 봉사하도록 임명하셨습니다. 주님의 양떼를 돌보는 착한 목자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양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한 가족, 한 백성이 되어 하느님을 “아빠”라 부르며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저에게 맡겨진 양떼들을 제때에 돌봐주고, 먹을 것을 주고, 가르치며, 다스리도록 헌신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한국교회의 뿌리는 순교성인들의 신앙입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 특히 순교성인들은 교회를 넘어서 우리나라 근대화의 주역이었으며, 역사적이고 세계성을 지닌 자랑스러운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모범으로 보여주신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 주님,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느 누구의 강요나 지시에 의하여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고 자진하여 믿음의 삶을 실천합니다.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의당히 그리스도의 분부대로 각자가 처한 사회 환경에서 각자의 신분에 맞는 자발적인 사도직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입니다.
이제 우리는 특별히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을 증거할 때입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모든 이와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에게 나타나는 십자가의 정의입니다. 그리고 이 십자가의 정의는 희생과 사랑과 봉사를 통해 완성되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시대에 걸쳐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사목헌장 4항) 우리 교구도 이 시대의 징표가 무엇이고 어떻게 복음의 빛으로 밝혀야 할지를 끊임없이 찾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구의 모든 신부님들께서도 저와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점점 더 교회를 찾지 않는 것은 우리 교회의 가장 가슴 아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복음적 가치를 맛볼 수 있도록 ‘청년 친화적인 본당’으로 만드는데 교구의 사목적 역량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노인사목이나 다문화가정의 사목, 늘어나는 냉담자들의 비율, 성소자 계발 등은 우리 교회 사목의 시급한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우리 교회 앞에는 풀어야 할 많은 사목적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어 성령의 열매를 맺도록 사목적 노력을 기울여 나갑시다. 이러한 일이 잘 이루어지도록 앞으로의 사목을 책임질 사목자들을 양성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6월 25일은 우리 국민들에게 특별히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62년 전에 이 한반도에서 일어난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아픔이 아직도 한국 사회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로부터 부여받은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책임을 다하며, 두 토막난 한몸의 아픔이 치유되고, 새 살이 돋고, 하나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우리 각자는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증거하고, 기도하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교회는 언제나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회를 향하여 열려 있는 교회가 되고, 사회를 이끌어 가는 교회”(서울대교구 시노드후속, 교구장교서 사회복음화 1항)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만을 믿고 새로운 마음으로, 힘을 합쳐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하러 앞으로 함께 나갑시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 감사합니다.
■ 축사 - 전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온 국민의 영적 지도자 역할에 큰 기대
▲ 정진석 추기경
그리고 교황대사님과 형제 주교님들, 모든 신부님들, 교형자매 여러분들에게 하느님의 평화와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우리 서울대교구에 제14대로 훌륭한 교구장을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서울대교구는 이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는 교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 교구장 선출에 대한 기대는 전 국민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대교구장이 가톨릭교회만이 아니라 온 국민의 영적 지도자로서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교구 모든 사제들이 또 교구민 모두와 한국교회 전체가, 그리고 한국 사회가 새로 교구장으로 임명되신 염 대주교님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염 대주교님! 큰 책임감으로 부담도 가지고 계시겠지만 걱정하지 마시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마련해주실 것입니다.
우리 사제들과 신자분들도 염 대주교님이 교구장으로서 서울대교구를 더욱 발전시키는 역할을 잘 수행하시도록 열심히 도와드리고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도 모든 교구 사제단과 교형자매 여러분들이 새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하느님 나라 건설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늘 기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하느님의 무한하신 은총이 염수정 대주교님과 서울대교구와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축사 -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사랑의 직무 수행하며 양떼에게 헌신하길
▲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예수님께서 인류에게 자신을 비우신(필리 2,6) 것과 같이 주교는 주교좌에 착좌할 때 본인에게 맡겨진 양떼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랑과 헌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신 뒤 “내 양들을 돌보아라”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취임 미사에서 새 교구장도 ‘officium amoris’, 즉 사랑의 직무를 가슴에 새길 것입니다. 가르치고, 거룩하게 하며, 다스리는 주교 본연 책무 안에 사랑의 직무가 녹아 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새 서울대교구장을 임명하실 때 무엇보다도 염 안드레아 대주교가 목자로서 교구 신자들에 대한 ‘officium amoris’, 즉 사랑의 직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생각하시고 간택하셨습니다. 사랑의 직무는 그 어떠한 학문적 성취나 언어적 소양보다 중요합니다. 염수정 대주교는 자신에게 맡겨진 주님의 백성에게 그리스도 사랑의 메시지를 말과 행동으로 명확하고 분명하게 전해 줄 것입니다. 목자로서 사랑을 다해 양떼에게 헌신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거룩한 동정 마리아께서 염수정 안드레아 대주교의 교구장직을 손수 보살펴 주시도록 의탁합니다.
■ 축사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어려운 일 피하지 않고 묵묵히 나가시는 분
▲ 강우일 주교
서울에서 함께 일했을 시절 제 기억을 더듬어보면, 염 대주교님은 어려운 일에 봉착하셨을 때, 그걸 피해가시거나 외면하지 않으시고 얻어맞는 한이 있더라도 묵묵히 맞서 나가시는 분이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형제들끼리 우애가 남다르셔서 해마다 사제 3형제가 휴가도 같이 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일전에 축하 전화를 드리니까 염 주교님은 첫마디로 ‘눈 앞이 캄캄합니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앞으로 감당하셔야 할 책임과 무게를 생각하면 그 말씀이 실감이 나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희 동료 주교들도 주교님의 3형제와 같이 주교님이 걸어가시는 길에 동반자로 함께하며 기도와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영육간의 건강을 빕니다.
■ 축사 - 이명박 대통령
교회 전통 잇는 따뜻한 사랑 전파하길
▲ 이명박 대통령
200여 년 전 천주교는 사랑의 복음을 안고 이 땅에 전파되어 많은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전국 방방곡곡에 사랑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수많은 학교와 병원을 세워 훌륭한 인재들을 길러내고, 소외받고 어려운 이웃을 내 몸처럼 돌보았습니다. 그 고귀한 사랑과 봉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더욱 아름답고 따뜻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오늘 제14대 서울대교구장으로 착좌하신 염수정 대주교님께서 이런 한국천주교회의 깊은 전통을 잇고 따뜻한 사랑을 더욱 널리 전파하시리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대한민국은 민주화와 산업화에 모두 성공하고 이제 선진일류국가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따뜻한 사랑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소외된 이웃이 적지 않습니다.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소통의 문화가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이라는 대주교님의 사목 표어처럼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이 땅에 넘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