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배신부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 신부님은 예전에 비슷한 동년배의 여러 신부님들과 몇 달 동안 월요일마다 사회 각 분야별 전문가 교수님을 모시고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답니다. 당시 교구 보좌신부 생활을 할 때여서 그런지, 토요일과 주일을 바쁘게 지냈기에 월요일 오전에 어떤 전문가 강의를 듣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오전 수업시간, 그날따라 몇몇 신부님들이 수업시간에 졸음을 참지 못하고 졸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담당 교수님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답니다.
“아이고, 우리 신부님들 오늘따라 다들 피곤해보이시는데 혹시 요즘 무슨 일 있으신지요?”
그러자 어느 신부님이 말했습니다.
“어휴, 이번 주 토요일과 주일날, 본당에서 일이 너무 많았고 특히 장례미사, 혼배미사, 새벽미사, 청년미사 등 여러 대를 드렸더니 이렇게 지치고 피곤하네요.”
그 말을 듣던 교수님은 놀란 표정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우리 신부님들은 본당사목하면서 지치고 피곤한 일이 많아도 미사를 드리면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아닌가요? 신부님들은 미사의 힘으로 활력을 얻어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분들이 아니에요?”
그 선배신부님은 그 말을 들은 후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제로 살면서 미사가 많아 힘들다는 소리는 하지 않을뿐더러, 미사가 주는 삶의 활력에 대해 늘 생각하고 또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사목자로서 언제나 미사를 통해 얻어지는 성체성사의 은총에 삶의 중요한 비중을 두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삶의 활력! 그렇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삶이 있고 자신이 되고 싶은 존재로서의 존재 방식을 꿈꾸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었던 삶과 되고 싶었던 존재가 때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삶과 존재가 힘겹고 버겁고 피로를 느끼게 하고 지치게 하곤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 쓰는 것에 대한 압박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스트레스, 춤을 추는 사람은 자기 몸짓을 통해 창작을 해야 하는 힘겨움에,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음감을 찾아내야 하는 피로에 늘 힘들 수 있습니다. 다른 삶도 마찬가지지만 성직자, 수도자적 삶에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이들 역시 청춘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살아왔지만 때론 삶이 주는 인간적 연민과 힘겨움에 성사생활이나 신자를 만나는 것조차 버거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힘겨운 일들로 삶이 지겨울 때도 있지만 ‘내가 지금 누구인가’에 대해 내 존재의 뿌리가 되는 삶 안에서 자양분을 얻어 봅시다. 자신을 지금 새롭게 바라봅시다. 새로운 눈으로 내 삶을 바라보고, 새롭게 자신의 일에 활력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지금 살고 있는 이 삶, 어쩌면 ‘나를 가장 잘 아시는 하느님께서 내가 이 삶을 가장 잘 살 수 있기에 이 삶을 살도록 나를 여기까지 배려해 주신 것’이라는 사실을 놀랍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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