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서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자주 듣는 말이 ‘먹고 살아야 하는데…’입니다. 이런 핑계를 대면서 낙태와 응급피임약 사용 등의 그릇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 신자들도 예외가 아닌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대교구 본당 생명분과 및 생명수호 담당자 서봉흠(요셉·57)대표는 “교회에서 아무리 올바른 윤리와 교리를 강조해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죄의식 없이 생명을 훼손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며 행동으로 하는 실천이 아닌, 머릿속에만 있는 신앙 실태를 지적한다.
최근 서 대표는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기쁨에 푹 빠져 산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굳이 마음 불편한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는 이웃들에게, 그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으려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혼자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장애물도 가슴으로 깨달은 생명의 소중함을 이웃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그의 뜻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서 대표는 지난 2009년 서울대교구가 ‘본당 생명수호 담당자’ 제도를 실시, 교육과정을 마련함으로써 참여하게 됐다. 당시 본당 청년 및 외짝교우들을 위한 예비신자 교리봉사를 했던 터라 주변사람들에 의해 떠밀려 참여한 상황이었다.
“처음엔 ‘생명수호운동’이라고 하면 장기기증 혹은 호스피스 봉사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교육을 받다보니 저의 편협한 사고부터 변화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됐지요.”
서 대표는 본당 내 각 분과 담당자는 물론 총회장도 역임할 만큼 성실한 사도직 활동을 펼쳤지만, 생명윤리에 관해 습득할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사실 교육을 받은 후 본당에 돌아와서도 무엇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기 쉽잖았다.
“교구 생명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지원하고, 활동 방향과 매뉴얼 등도 체계를 잡아준 덕분에 활동의 맥을 끊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처음부터 차근차근 활동 체계를 만들어가면서 생명수호활동에 선뜻 참여하기 힘들어하는 이웃들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지요. 최근 들어 생명수호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알음알음 늘어가는 모습에 큰 감동을 느낍니다.”
서 대표는 “본당 생명수호 담당자들과 기도부터 시작해 현재 임신부와 태아들을 위한 기도를 지속하면서 또 다른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며 “본당과 지역사회 안에서 펼치는 생명수호 활동이 통합적이고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이웃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 생명의 신비를 나누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앞으로 모든 본당뿐 아니라 지역 및 지구별 담당사제 등도 생겨나 생명사목이 보다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교구와 본당이 연계돼 체계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 앞으로의 모습도 기대됩니다. 우선은 생명분과와 생명수호 담당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다 폭넓게 알리는데 힘써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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