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우리 회관 앞에 자주 가는 식당에 들어서면 입구에 “주일을 지킵니다”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다. 신부인 내 눈에는 참으로 경이롭고 식당 주인 자매를 다시보게 만드는 내용이다. 이렇게 주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은 모두가 개신교 신자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이지 우리 가톨릭신자가 운영하는 식당은 별로 들어 본 바가 없다.
주일을 지킨다는 것은 주님의 날인 주일(主日)에는 장사를 쉬고 주님을 찬미하며 봉사하는 날로 지낸다는 뜻이다. 주일에 장사를 하지 않고 문을 닫으면 손해를 보지 않나요? 라는 질문에 망설이거나 주저함 없이 다른 날 주님께서 그 이상으로 채워주시고 갚아 주신다며, 사람들이 주일에 가게를 열지 않는 것을 알고 평일에 더 많이 찾아 주신다는 답을 들을 때 가톨릭 사제로서 질문한 내가 오히려 계면쩍고 부끄럽고 얼굴이 뜨거워 빨간 얼굴이 더 빨갛게 달아 오른다.
주일이면 평소와 달리 깨끗하고 고운 옷으로 갈아 입고 한 손에 성경책과 찬송가를 들고 자녀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양로원이나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하는 그들의 발걸음에서 주님을 느끼며 참 신앙을 발견한다.
우리는 교회법 안에 신자들이 지켜야할 지침(제1247조)으로 “신자들은 주일과 그 밖의 의무축일에 미사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또한 하느님께 바쳐야 할 경배, 주님의 날의 고유한 기쁨 또는 마음과 몸의 합당한 휴식을 방해하는 일과 영업을 삼가야 한다”고 주일파공(主日罷工)을 명시하여 놓았다.
주일파공은 단지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십계명을 지키기 위한 미사 참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의 안식을 누리면서 주님을 경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서 주일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고 미사에도 참례할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자녀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무슨 면죄부를 받은 양 주일미사에 나오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물론 당장 끼니가 걱정인 일용직 근무자나 2부제 근로조건으로 격주만 쉴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주일 의무가 자동으로 면제가 되는 것이지만 가톨릭 신자들 중에 “주일을 지킵니다”라고 자신있게 가게 앞에 자신의 신앙을 내걸은 집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개신교 신자들은 주일에 문을 열지 않고도 먹고 살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모두가 주일을 지킬 수 없을 만큼 가난하게 사는 모양이다. 아니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욕심이 있나 보다. 모든 것이 주님께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개신교 신자들의 신앙이 부럽고 자녀들을 주님께로 이끄는 가장(家長)의 신심이 너무나 부럽다.
왜 우리는 주님을 믿으면서도 저들처럼 자신감이 없을까? 왜 우리는 저들처럼 주님께서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주신다는 믿음이 없을까? 시험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구원의 길로 나가는 것이라고 왜 자신있게 자녀들을 교육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돈보다 더 큰 가치는 바로 자녀들과 함께 하늘나라의 구원여정으로 나가는 가정교회인데 눈앞의 점수에 연연해서 그리고 세속적인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앞 못보는 장님과 같은 우리들에게 참된 부활의 기쁨은 언제 오는 것일까?
가족들과 함께 우리도 한 번 해 봅시다.
당장 눈앞의 손해만을 계산하지 말고 더 멀리, 더 기쁘게 사는 방법, “주일을 지킵니다”.
가정/생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