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하늘나라 가면 하느님께서 ‘행복했니?’라고 물어보실 것 같아요. 영성이 없으면 우리의 삶도 행복하지 않아요.”
미국 홀리네임즈대학 영성신학 교수 박정은 수녀(홀리네임즈 수녀회)가 설명하는 영성은 ‘행복’이다. 현재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영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 박 수녀는 “믿음 안에서의 체험과 삶의 현장에서의 체험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라면서 “삶의 체험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곧 영성”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요한복음 7장 53절부터 8장 11절까지의 간음한 여인을 중심으로 한국의 샤머니즘 문화를 해석한 첫 번째 저서 「A Hermeneutic on Dislocation as Experience(Studies in Biblical Literature)」를 발간한 박 수녀는 샤머니즘의 굿과 불교의 수행 등 ‘몸의 의식’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저서 준비차 한국에 방문했다.
“개인적으로 무당들에게서 따뜻함을 느꼈어요. 구겨지고 무너진 사람들이기에 서로를 아끼면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공동체를 보면서 복음적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어요.”
저서를 통해 한국의 공동체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박 수녀는 모티브를 한국의 문화에서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풍성한 영성 문화는 성경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면서, 한국의 영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저와 공동체를 이뤘던 사람들이 저를 알고 저의 여정을 이해해줬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그 공동체에서 받았던 ‘힘’을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는 나와 상대방의 장점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이룬다는 의미의 ‘하이드리브 아이덴티티’ 개념을 소개하고, 공동체가 서로 협력할 때 이 시대에 팽배한 개인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물질만능주의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박 수녀는 영성학자로서 “실망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실패가 고리가 되어 성숙한 인간으로 이끈다”면서 “실패해도 실망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멘토를 찾으라면서 “갈망하고 기도하면 자신이 원하는 멘토를 찾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가톨릭신문 취재기자 출신인 박정은 수녀는 1997년 미국 시애틀대학에서 ‘영성지도’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1년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에서 ‘성서영성’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8년부터 오클랜드 홀리네임즈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 수녀는 7월 20일 출국 예정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