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홍(베네딕토·59) 선교사는 32년 동안 몸담았던 육군에서 대령으로 전역하기 3개월 전인 2009년 3월 가톨릭교리신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부족한 신앙생활을 조금이나마 채워보겠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원재홍 선교사는 2년에 걸쳐 교리교육학과 과정을 수료한 후 1년 늦게 신학원에 입학한 부인 권용신(딤나)씨와 함께 졸업 하기 위해 성서영성 과정을 1년 더 공부하고 올 1월 졸업했다.
소위로 임관한 후 현역군인으로서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와 스페인 국립 마드리드대에서 수학하며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원 선교사는 육사에서 외국어과 교수(1982-1986,1991-2009)로 20년 이상 생도들을 가르쳤고 군종교구 화랑대본당에서는 사목위원, 사목회 총무, 사목회장으로 봉사했다.
이렇게 화려한 경력의 원 선교사가 교리신학원 졸업 한 달 만인 지난 2월 부인 권용신씨와 함께 제주교구 신창본당(주임 허승조 신부) 용수공소 선교사로 부임했다. 원 선교사는 용수공소와 성김대건 신부 제주표착 기념성당을 관리하고, 권용신씨는 바로 옆의 성김대건 신부 기념관에서 안내 업무를 맡고 있다.
스페인어를 알기 때문에 칠레나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봉사하고 싶었던 원 선교사는 작년 12월 교리신학원 동기생 20명과 함께 제주도 졸업여행에서 용수성지에 들렀을 때 선교사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이것이 하느님의 섭리’라고 생각했다고.
원 선교사는 “과거 군대 이야기는 모두 잊어버리고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수성지를 방문하는 하루 100여 명의 순례객들을 맞아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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