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자연스럽게. 30여 년간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봉사에 헌신해온 고영초(가시미로·과천본당·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장) 교수에게 ‘봉사’는 마치 몸에 밴 ‘습관’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느님께서 제게 보여주신 은총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요. 그저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흘러왔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 교수는 30여 년 전, 학생시절부터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니며 무료진료에 나섰다. 어렸을 적 소신학교에 진학, 마음을 어루만지는 신부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이제 육체를 치유하는 의사로서 봉사의 소명을 실천하고 있다. 고 교수는 무의촌 이웃을 위한 전진상의원, 쪽방촌 이웃을 위한 요셉의원,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라파엘클리닉 등을 찾아다니며 꾸준히 의료봉사를 펼쳐왔다. 최근 이러한 숨은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추천포상’ 수상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큰상을 받으니 쑥스럽기만 합니다. 제게 주신 탈렌트를 이웃들을 위해 나누면서 오히려 얻는 것들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어요. 이젠 봉사의 기쁨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고 교수는 현재 후학을 키우는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장직을 맡고 있다. 고 교수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지식을 기르기에 앞서 먼저 나눔의 행복을 가르치고 싶다고. 학생들에게도 봉사하면서 기쁘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사제, 수도자 등을 초청해 학생들을 위한 사회의학 강의를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봉사의 자세를 일러주고자 합니다. 봉사를 통해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지요. 우리 학생들이 이런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고 교수는 동료들에게도 봉사 알리미 역할을 자처했다. 도움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동료들을 설득해 봉사에 동참시켰다.
“누구나 한 번 발걸음을 떼고 나면 봉사가 무엇인지 금방 깨닫게 돼요. 한 번 시작하면 자연스레 계속하게 된다니까요. 덕분에 꾸준히 동참하는 이들도 많아졌어요.”
고 교수의 봉사는 본당으로도 이어졌다. 바쁜 일정 중에도 본당에서 성가대, 전례봉사, 예비자 교리교사 등의 활동에 나섰다. 특히 어릴 적 소신학교에 다녔던 마음가짐을 이어가며 본당 성소분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 교수는 봉사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 봉사에서 오는 육체적 피로를 물리치는 것도 정신적 즐거움이었다.
“예수님께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해준 것이 내게 해준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봉사 중 만나는 이들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을 찾게 됩니다. 봉사활동, 힘닿는 데까지 계속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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