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젊은이, 특히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한 청소년들의 입에서 실제 나오는 말이다.
‘응급피임약’, 평소 사용해선 안 되며 그야말로 응급한 때에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도록 만든 약이다. 하지만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성관계 전에 피임을 하지 못한 경우, 나중에 대신 먹을 수 있는 약 정도로 인식되는 실정이다.
“내일은 응급피임약이 완비된 모텔로 가자.”
어느 틈엔가 이 약이 갖춰진 모텔 광고가 즐비하고, 길거리에서 무료로 약을 나눠주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란 어렵잖은 일이다.
▲ ‘사후 피임약 객실 무료 비치’.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이 약이 갖춰져 있다는 모텔 광고가 거리에 즐비해질 지도 모른다.
대체 뭐가 문제냐고 반문만 하는 이들, 이쯤해선 약 자체에 시선을 돌려보자.
응급피임약은 ‘화학적 낙태약’이자 ‘초기 낙태약’이다.
응급피임약 주성분은 정상적인 배란과 수정을 방해할 뿐 아니라 자궁 내막을 변화시켜 수정란의 착상을 막는다. A4 크기에 깨알 같은 글씨가 들어찬 응급피임약 사용설명서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이 약은 고농도 호르몬제제로서, 1회 복용만으로도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반복해서 복용 시, 영구불임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이런 약이 지난 한 해에만 59억 원어치 62만 팩이 팔려나갔다. 하루 1700팩이 소모됐다는 말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2007년과 비교해 71%나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응급피임약 사용자 80%는 미혼으로 조사됐다. 이 중 10대는 20%, 20대는 67%였다.
현재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의 처방을 받은 후 약국을 방문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남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식약청은 이러한 실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 의사 처방 없이 누구나 쉽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허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임’,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역, 구토, 일시적인 생리주기 변화 등으로 일반적으로 48시간 이내 사라짐’, ‘주요 작용기전은 배란 억제이며, 일단 수정란이 착상된 이후에는 임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낙태약이 아님’ 등을 전환 이유라고 밝혔다. 좁게는 착상 과정에 대한 언급은 배제한 채, 넓게는 오·남용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명확한 조사도 없이 밝힌 모순된 근거들이다. 또 일반의약품 전환을 찬성하는 대한약사회와 시민단체 등은 응급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응급피임약이 이러한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의약선진국 연구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결과다. 응급피임약 복용 자체가 낙태시술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인 악행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모습이다.
▲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의사 처방 없이 누구나 쉽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어 무분별한 오·남용이 우려되고 있다.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여성들의 건강은 물론, 청소년 혹은 건강상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는 이들을 위한 안전망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될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무책임한 정책 결정으로, 부실한 운영의 질책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인간 생명이 죽어나갈 수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지난 10여 년간 완전히 꺼뜨리지 못한 낙태약의 불씨. ‘죽음의 문화’에 거센 불길을 댕길 불씨는 우리 모두가 한뜻으로 나설 때 사그라질 수 있다.
“낙태약, 약국에서 마음대로 사 먹으면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