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만큼 김대건 성인(1821~1846)을 현양하는 성지들이 많이 위치한 곳은 찾아보기 드물다.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을 맞아 교구 내 김대건 성인 관련 성지들을 찾아본다. 한국의 첫 번째 사제 김대건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수원교구, 올여름은 더위를 피해 교구 내 김대건 성인 성지를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 골배마실성지(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김대건의 조부 김택현이 박해를 피해 솔뫼를 떠나온 후, 1830년 김대건의 아버지 김제준이 가족을 데리고 정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1836년 모방 신부가 골배마실에 인접한 은이공소를 방문하고, 이곳에서 소년 김대건을 신학생 후보로 선발하고 세례를 주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인연으로 수리산에서는 최양업이, 골배마실에서는 김대건이 마카오 파리외방전교회 동양대표부로 떠날 수 있었으며 소년 김대건은 한국의 첫 사제가 될 수 있었다. 김대건 신부가 성장한 곳이기도 한 이곳은 골짜기 땅이 척박해 신자 대부분이 화전이나 담배 농사를 지어 생활을 꾸려나갔다. 궁핍한 살림이었지만 이곳 신자들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새 신자들에게 생활 터전을 마련해줄 만큼 나눔을 실천해왔다고 한다.
1962년 골배마실 신자들에 의해 이곳에 김대건 신부상이 건립됐으며, 1839년 체포돼 순교한 김제준 성인의 무덤도 골배마실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은이성지(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골배마실 인근에 위치한 은이는 소년 김대건이 세례성사와 첫영성체를 한 곳이지만 사제로 돌아와 고 페레올 주교의 명으로 짧은 기간 사목활동을 펼친 곳이기도 하다. 골배마실로 돌아와 모친 고 우르술라와 함께 생활하면서 은이공소를 중심으로 활동한 것을 교회사는 1845년 말부터 다음해 부활절까지로 기록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의 첫 사목활동은 은이를 중심으로 용인, 이천, 안성 지역 등에서 이뤄졌다. ‘숨겨진 동네’라는 뜻의 은이는 말 그대로 박해시대 숨어살던 천주교 신자들이 있던 곳이었다. 은이는 김대건 신부에게 있어 첫 사목지역이자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상 방인 사제가 사목한 최초의 본당이다.
또 은이는 김대건 신부가 체포되기 직전 공식적으로 ‘최후의 미사’를 봉헌했던 곳이기도 하다. 1846년 4월 13일 김대건 신부는 은이공소에서 교우들과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면서 이러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가 살아 있게 된다면 또다시 반가이 만날 날이 있을 것이오. 그렇지 못하면 천국에서 즐거운 재회(再會)를 합시다. 끝으로 내 홀로 남으신 불쌍한 어머님을 여러 교우 분들이 잘 돌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미리내성지(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한 김대건 신부를 교우들이 안장한 곳이다. 당시 김대건 신부의 나이 26세였다. 그의 시체는 모래사장에 가매장됐다가 40일 후 이민식(빈첸시오)에 의해 미리내에 안장됐고 이후 시복시성 작업으로 인해 용산 성직자 묘지 등으로 옮겨졌다.
성인품에 오른 후 그의 유해들은 각기 여러 곳으로 옮겨졌지만 하악골은 미리내 경당에 남았으며, 1928년 본래 무덤이 있던 자리에 김대건 신부의 경당이 건립됐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의 어머니 고 우르술라의 시신도 이곳 인근에 안장돼 있으며, 페레올 주교의 시신도 이곳에 있다.
■ 단내 성가정성지(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김대건 신부가 사목활동을 하던 당시 그는 경기지방의 은석골, 텃골, 한덕골 등은 물론 단내에 흩어져 있는 교우들을 찾아 성사를 베풀고 사목활동을 전개했다.
당시 단내에 살던 정 바오로 순교자의 집을 여러 차례 찾아 고해성사를 주고 신앙생활을 지도했다고 한다. 험한 산길을 밤마다 몰래 다니며 사목활동을 펼쳤던 곳 중의 한 곳 단내, 이곳에는 당시 김대건 신부가 걸었던 길이 남아있고, 소성당에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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