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모후 수녀회(원장 김은미 수녀) 수녀들은 ‘제병’의 삶을 지향한다. 성체로써 봉헌되고, 주님의 자녀들을 위해 나눠지는 작은 ‘제병’이 되길 바라는 것. 하느님의 자녀로서 아무런 대가없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헌의 삶이 바로 그것이다.
■ 무소유의 ‘제병’
창설자 페르디낭 마르까스 신부가 선종한 해인 1953년. 당시 벨기에에서 유학 중인 한국 신부들은 어려운 유학생활로 미사 도구조차 구할 길이 없었기에, 미사 도구 후원을 위한 광고를 냈다. 광고를 접한 수녀들은 창설자 신부의 유품을 낯선 동양인 신부들에게 선뜻 내놓았다. 소유하기보다 필요한 이들을 위해 나누는 무소유에서 인연이 시작된 것. 이후 한국 신부들은 수녀원에서 방학을 보내는 등 유학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당시 유학 중인 신부들을 찾아온 故(고) 노기남 대주교는 수녀원을 방문, 한국 젊은이들의 수도회 입회 가능 여부를 물었고, 23명이 입회했다. 전쟁 후였던 국내 상황 등 혼란기를 거쳐 많은 이들이 수녀회를 떠나기도 했지만, 이미 수녀회의 한국 진출의 밑거름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수녀회는 1986년부터 한국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했고, 1988년 당시 수녀회 총원장 수녀는 교구장이었던 故(고) 김남수 주교를 찾아와 교구 진출을 타진했다. 1989년, 처음 수원 화서동(당시 교구청 옆)에 자리 잡은 수녀들은 적응기를 거쳐 수원 장안구 천천동 현 위치에 정착했다.
■ ‘제병’과 같은 삶
수녀회의 주요 사도직은 시대의 요청에 따라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쁘게 나선다. 본원이 있는 벨기에에서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수도회 창설(1928년) 당시 전쟁 직후였던 벨기에의 시대상을 반영, 길거리에서 위태롭게 살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을 보살피기 위함이었다.
수녀회는 교구 진출과 함께 교구 내에서도 정신병원을 개원하려 했지만, 당시 노인복지의 필요성을 느낀 김남수 주교의 권유로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을 열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수녀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다가 2000년 수녀원 울타리 안에 ‘아녜스의 집’을 마련했다.
현재 ‘아녜스의 집’에 머무는 노인들은 모두 50여 명. 중풍, 치매 등 병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도 있지만, 수녀들은 병환에 걸린 노인들을 따로 수용하지 않는다. 한데 어우러지는 따뜻한 가정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또한 ‘아녜스의 집’에서는 노인이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들이 전쟁, 가난 등 혼란의 시기를 겪으며 잊어버렸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누구나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존재임을 각인시켜주는 것이다.
‘아녜스의 집’은 노인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아녜스의 집’을 찾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가정과 같은 울타리가 돼준다. ‘아녜스의 집’을 통해 세대 공감의 장이 펼쳐지는 것. ‘아녜스의 집’ 봉사자는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노인들의 손자 손녀가 돼주고, 노인들은 가정의 풍습과 인생 선배로서의 책임을 가르치고 있다.
■ 기쁨으로 사는 ‘제병’
수녀회의 수녀들은 ‘단순함’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주님의 자녀라는 근본에 철저히 숙명, 가난과 정결함으로 살아가기 위해 힘쓴다. 온전히 주님께 종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주님께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주님 뜻대로 행하는 삶이 바로 기쁨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창설자 마리아 막달레나 수녀는 주님을 위해 사는 삶을 묵상하며 ‘묵상집’(CANTIQUE)을 남겼다. ‘묵상집’ 안에는 성삼에 대한 찬미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기도 등 다양한 글이 실려 있다. 수녀들은 이 ‘묵상집’을 읽고, 또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연극을 펼치며 스스로를 다잡는다.
아울러 수녀들은 매년 예수성탄대축일 때 구체적인 지향이 담긴 제병을 뽑아 한 해의 중심으로 삼는다. 또한 각 지역 공동체는 매년 주보성인(성 요셉, 성녀 소화데레사, 성 프란치스코, 미카엘 대천사) 중 한 명을 뽑아 성인을 닮아가는 삶을 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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