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들려주신 ‘주의사항’입니다. 그동안 스승님께 배우며 갈고닦았던 실력을 테스트하는 현장실습인 셈인데요. 그런 만큼 제자들의 각오도 남달랐을 듯합니다.
그런데 그날 현장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제자들의 명칭이 ‘제자’에서 ‘사도’로 바뀌어 기록된 점이 마음을 끕니다(사도 6장30절 참조).
주님을 스승님으로 모시고 그분의 뜻을 배워 익힌 제자일지라도 모름지기 세상에 복음을 전파할 때만 비로소 사도로 승격된다는 의미라 살펴져 자세를 가다듬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내는 복음적 삶이 고스란히 하늘의 ‘사도행전’으로 기록된다는 일깨움 같아 가슴이 뜁니다.
사도행전은 당시 제자들이 사랑과 헌신과 인내만으로 복음을 선포했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복음의 작업도구는 주님께로부터 주어지는 권능과 능력뿐이었음에도 가는 곳곳마다 엄청난 이적을 일으키며 큰 반향을 끌어냈다고 밝힙니다.
새삼 우리에게도 주고 또 주어도 결코 메마르지 않는 사랑의 힘이 그분께로부터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날 제자들과 똑같이 ‘하늘의 것’을 공급받는 공유자라는 점에서,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날 주님께서 주신 주의사항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합니다. 옛날에 아모스 예언자가 회개할 것을 외치던 세상의 죄악들이 지금 이 세상에도 만연한 까닭입니다. 아모스의 살벌한 경고를 들었던 당대의 끔찍한 부패지수가 우리 눈에 전혀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공정 거래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우리 귀에도 상당히 익숙합니다. 1% 부자들의 무절제한 사치와 가난한 자들의 궁핍한 삶의 모습도 너무너무 똑같습니다. 힘 있는 자들에 의해서 자행되는 억압과 갈취도 정말정말 ‘닮은꼴’이라 흠칫 놀라게 됩니다.
주님의 눈에는 지금 우리의 삶이 “교만을 부리고 목을 빼고 걸어 다니면서 호리는 눈짓을 하고 살랑살랑 걸으며 발찌를 잘랑거린다”(이사 3,16)고 지적당했던 예루살렘의 죄악과 다를 바 없으니, 두렵습니다.
세상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느님의 기쁨을 외면하고 상대의 뜻에 굽실댄 결과가 이리 선명하니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아모스 예언자처럼 세상을 일깨우라 하십니다. 죄에 엉킨 세상의 죄악을 폭로하고 그분의 정의와 사랑을 알려 세상을 구하라 이르십니다. 가정과 일터에서 당신 제자의 사명을 감당하라 하십니다.
자칫 베텔의 사제 아마츠야처럼 ‘임금님의 성소이며 왕국의 성전’에서 머무는 자기 만족감에 취하여 정작 그분께로부터 “불행하여라”라는 심판의 말씀을 자초하는 헛된 신앙은 아닌지, 스스로를 살피라 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에 목말라 있는 세상, 사랑에 허기져 굶주리는 세상을 살리는 말씀의 사도로 승격하기를 기대하십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분처럼 거룩해지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핵심적 성품인 ‘거룩’한 삶으로 도약할 것을 명령하십니다. 그리고 그 삶을 살기 위해서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 것을 권하십니다.
그분 닮은 거룩한 삶은 재어 놓은 빵과 쌓아 둔 옷가지 등의 세상 능력으로는 결코 얻을 수가 없다는 뜻이라 헤아립니다. 자칫 세상 것들로 허술해질 수 있는 영혼의 끈을 그분께로 단단히 동여맬 것을 청하신 것이라 믿습니다.
주님의 ‘사도’가 되기 위해 바오로 사도가 일러주는 그리스도인의 특혜를 영혼 깊이 새기면 좋겠습니다. 선택된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라는 선포에 가슴이 뛰면 좋겠습니다. 오직 우리의 죄를 속량하여 죄의 용서를 누리는 은총을 쏟아주시려고 ‘당신의 지혜와 통찰력’을 온통 쏟아내신 주님 사랑에 감격하면 좋겠습니다. 그 은혜로 ‘그리스도 안에서 한몫’을 얻은 사실에 환호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선하신 뜻은 꼭 이루어집니다. 마침내 “모든 영화의 교만을 짓밟고 세상에서 존경받는 자들이 모두 당하도록”(이사 23,9) 결정하신 주님의 계획도 꼭 성취될 것입니다.
우리를 뽑아 세상에 파견하시는 그분의 주의사항을 잘 지키기 바랍니다. 복음의 현장실습에 합격하는 축복의 주인공이 되시길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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