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재미로 읽을 수도, 감동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때론 그리움에 사무쳐 책장을 펼치기도 한다. 언제나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줄 듯 엄마 내음을 풍기는 책을 눈앞에 둘 때 말이다.
박완서(정혜 엘리사벳·1931~2011) 작가. 그가 매순간 열심히 살아낸 진솔한 삶, 그 안에 채워진 날카로운 시선과 솔직담백하게 펼쳐진 문체는 수많은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했다. 이번 호에서는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로 들어가 본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잘 읽힌다. 한 줄 한 줄 정확한 핵심을 담아, 날렵하면서도 통통 튀는 듯한 생동감으로 감싸 내놓은 덕분이다. 사실감 있는 묘사는 독자들의 마음 깊숙이 찾아드는 어려움을 걷어 내준다.
그는 마흔 살이 되던 해인 1970년, 장편소설 ‘나목’이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후 놀랄만큼 다작(多作)하는 작가, 이 시대 대표작가,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작품 행간마다에는 분단의 아픔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허위의식, 허영심, 간교함 등도 예리한 시선으로 조목조목 새겨 넣었다. 세태를 슬쩍 비틀어 보여주지만,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사람에 대한 사랑은 잃지 않았다.
“나는 누구인가, 산다는 건 무엇인가. 소설은 사람을 그리는 일이고,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되죠….”
“하느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시선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생전에 남긴 말이다. 특히 그의 글에는 우리말의 감칠맛이 꽉꽉 들어차 있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우리 문학사에서는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들을 소개한 작가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한 창작 여정에서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선물했던 작품이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2010년 작/268쪽/12000원/현대문학)이다. 2007년 산문집 「호미」를 낸 후 3년간 각종 문학지와 일간신문 등에 틈틈이 발표해 온 글을 한데 묶은 책이다. 3부에 걸쳐 써낸 이 책에는 박 작가 자신의 생애에서 밑줄 쳤던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풀어냈다.
자신이 그동안 읽었던 감동 깊은 책에 대한 소개,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박경리 소설가 등 소중한 인연에 대한 그리움의 이야기 등도 들어볼 수 있다.
(한국가톨릭문인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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