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단장 이동수(82)씨의 배트 중심에 맞고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좌익수와 3루수 사이에 떨어졌다.
“제대로 맞았네. 2루로 계속 달려요!”
이씨의 호쾌한 타격으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청팀 선수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8일 오전 10시 ‘늙지 않는다’는 뜻을 갖고 있는 노노(NO老)야구단의 청백전 시합이 한창인 서울 양천구 갈산초등학교를 찾았다.
노노야구단은 1997년 3월 창단, 올해로 15년째를 맞이한 한국 최초의 실버야구단이다. 평균 연령 65세. 막내 이승환(52)씨부터 최고령자인 장기원(83)씨까지 36명의 어르신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야구중독자’라고 부른다. 그만큼 야구를 사랑한다. 야구단 단원들은 매주 일요일만 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초등학교 연습장을 찾는다.
입단 5년차인 강재희(64)씨는 야구단이 자체 시상하는 최우수투수상을 받을 정도로 야구단이 자랑하는 투수 중 한 명이다. 강씨는 지난해 1월 위암 절제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지 2주 만에 연습장에 나타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아무래도 평소 야구를 통해 꾸준히 운동한 덕분인지 회복 속도가 좀 빨랐어요. 저 나이에 뭔 야구를 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운드에서 타자와 1:1로 승부해 삼진을 잡아낼 때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창단멤버 이동수(바오로·82)씨는 야구단 내 두 번째 고령자다. 서울 고척동본당 신자이기도 한 이씨는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새벽 5시면 잠에서 깬다. 아침기도로 시작되는 그의 기도는 그날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묵주기도 5단을 바치고 나서야 끝이 난다. 이후 오전 6시 새벽미사를 봉헌한 후 야구장으로 향한다.
“야구 정말 좋아하지요. 하지만 내게 있어 주일은 미사 봉헌이 1순위예요. 신앙이 있어서 내가 긍정적이 될 수 있었고, 이렇게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야구도 즐길 수 있는 셈이죠.”
연신 파이팅을 외치며 투수의 공을 척척 받아내는 포수 김종균(스테파노·67)씨는 또 다른 창단 멤버 중 하나다. 야구단 총무 조관형(65)씨는 그를 가리켜 제일 열심히 하는 단원이라고 치켜세운다. 포지션이 포수인 만큼 체력소모가 많지만 그 누구보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야구단 내 궂은 일을 자처한다. 김씨의 손에는 두껍게 굳은살이 박혀 있다. 김씨의 굳은살은 지난 15년 간 꾸준히 연습한 훈장과도 같다.
“연습은 거짓말 하지 않아요. 야구를 하다 보니 인생도 열심히 꾸준히 살다 보면 해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힘닿는 데까지 계속 야구를 하고 싶다는 김씨는 다시 백팀의 수비가 되자 포수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로 힘차게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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