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은 어머니이다. 나를 뱃속에 열달 동안 품어주시고 온갖 정성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시고, 내가 세상에 적응하도록 먹이시고 입히시며,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 주시어 길러주시는 어머니!
이런 어머니와 나를 감싸주시며 세상에 어떤 어려움에서도 지켜내시려고, 두손을 불끈 쥐며 세상이라는 싸움터로 나가시는 아버지! 아버지는 언제나 묵묵히 나를 바라보시며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시고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시는 가정의 울타리요, 지킴이시다.
이런 부모님 밑에 하나, 둘, 셋 자녀들이 태어나서 형제(兄弟)가 생기고, 자매(姉妹)가, 남매(男妹)가 생긴다. 일촌이 생기고 이촌, 삼촌, 사촌이 생기면서 가족(家族)을 형성한다.
같은 자녀로 태어난 형제, 자매들은 부모님과 함께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함께하는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가정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여러가지 덕행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이므로, 자녀들이 인간으로서 기본적 덕행, 곧 친절, 책임감, 정직, 예의범절, 감사하는 마음, 협동심, 이타심 같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가정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가족은 인간이 살아가는 최초의 공동체이면서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인간들의 삶의 방식이다. 가정을 돌보는 것이 사회와 국가의 근본이요, 교회의 바탕이 되는 것이기에 가정은 언제나 우리들의 중심이 되어 왔다.
그런데 가정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어머니의 구수한 된장찌개 앞에 오순도순 함께 모여앉은 식구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각자가 바쁜 일상속에서 가족끼리 얼굴조차 볼수 없는 이방인들이 되어 버렸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던 형제지간의 미덕은 사라지고 각자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남남보다 더 멀어지는 경우가 생겨나고, 때로는 견원지간(犬猿之間)처럼 되어, 오고 가지도 않고 인연을 끊고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또 철새처럼 여기저기 옮겨사는 이사가 많은 현대인들은 멀리 사는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들에게서 더 큰 사랑을 느끼고 부모형제보다 더 깊은 관계들을 맺고 살아간다.
특별히 신앙 안에서 대부모나 대자녀들은 가족 이상의 친근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단체나 구역식구들 안에서 혈연관계보다 더 깊은 애정을 키우고 있다. 멀어서 자주 만날 수 없고 고작 명절 때 안부나 묻는 정도가 되어버린 가족들보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구역 식구들에게서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누가 내 형제이며, 내 어머니인가?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어머니이시다”(마르코 3,33~35)라고 말씀하시는 새로운 가족관계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혈연관계인 부모형제와 친척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믿음으로 하나되고 의지하며 형제자매로 부르며 살아가는 것도 영친(靈親)관계를 맺는 천상가족으로 참된 이웃으로 사는 것도 중요한 삶이다.
이젠 저출산으로 삼촌, 고모, 이모 등의 이름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에서 멀리 있는 친척보다 신앙 안에서 이웃에 있는 형제자매들이 서로 함께 자녀들을 돌봐주며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새로운 가족들이 필요한 세상이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 37)
송영오 신부(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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