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의 물고기는 한가하고 평화롭게 보인다. 하지만 어항 속의 물이 점점 빠지고 줄어들게 되면 물고기의 움직임은 무척 빨라진다. 위험을 감지해 죽음을 피해 보려는 행동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 지구 건너편에 있는 일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상이 작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빨라져서 작아 보이는 것이다.
만만하게 보이는 작은 세상에서 우리 식의 잣대로 우리는 너스레를 떨고 있다. 빠르고 안락한 우리들의 삶을 빌미로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고 존엄한 생명을 조작하고,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적 욕심에 길들여져 우리를 위해 목숨 바쳐 가르치신 예수님의 사랑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도심 한복판에서 바쁘게 살아가던 내 모습도 다를 바 없었다. 십수년 전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아무 연고가 없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성당에 나가 봉사도 하면서 비로소 복잡한 내면의 실타래가 풀리고 있음을 실감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에 있는 우리 도척성당은 무척 아름다운 성당이다. 돌로 지은 성당과 돌담, 외관도 아름답지만 신자들이 사랑의 힘으로 근처 냇가에서 돌을 주워 나르면서 손수 지어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는 성당이다. 그래서인지 순례자들도 많이 찾아오곤 한다. 외할머니의 다정한 미소와 따뜻한 품처럼 아름다운 어르신들이 많은 우리 성당은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성당마당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주일학교 아이들도 티 없이 맑고 귀엽다.
빛보다도 빠르다는 디지털세상에서 숨을 헐떡이며 살고 있는 우리는 이제 숨을 고르며 마음 한구석을 열어야 한다. 세상이라는 커다란 어항 속의 물이 빠지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고기와 달리 우리는 천천히 걸어야 한다. 그래야 내 자신을 깨닫고 예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내 이웃을 위해 바치는 작은 기도가 가장 크고 값진 일임도 알 수 있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바쁘게 살게 만드는가.
십자가 위에 계신 예수님께서 늘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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