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세상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머리를 쓰고 더 많은 일에 얽매여 정신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능력의 표지로 오해합니다. 교회 안에서조차 세상일로 분주한 사람을 부러워하는 모습이 만연합니다. 너도나도 쌓인 일이 버겁다고 미사 시간에마저 동동대는 사람을 ‘알아’주는 분위기입니다. 성당 일에는 나 몰라라 꽁무니를 빼면서 세상일에 휘둘리는 바쁜 ‘성공’을 탐하는 눈치입니다. 모두가 교회 일은 뒷전으로 밀어내고 세상일로 폼을 잡는 정말 바쁜 사람이 되기를 소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염려스럽습니다.
그런데 막상 밤잠을 줄여가며 자신의 삶을 혹사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삶이 여유로워지기를 소원하니, 아이러니입니다. 그들은 모두 진정한 쉼을 갈구하고 꿈꾸고 목말라하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야말로 인간이 일에 짓눌려 자신의 모든 것을 소진하며 살아가는 것이 결코 주님께서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증거라 믿습니다. 우리가 일에 묶여서 눈코 뜰 새 없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분의 뜻이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라 믿습니다. 이렇듯 왜곡된 삶의 진실을 일깨우시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장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라고 이르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느새 휴가는 더 피곤한 시간이 되어 되레 스트레스를 쌓는 기간으로 전락한 까닭을 곰곰이 살피라는 이르심이 아닐까 짚어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을 지으신 다음 날, 안식을 누리셨습니다. 아담이 태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안식’이었던 셈인데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첫 선물이 그분과 함께 ‘노니는’ 쉼이었다니, 퍽 새롭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피곤하냐?”고 “쉬고 싶으냐?”고 의향을 묻지 않고 그저 “쉬라”고 명령하신 이유가 짐작되는데요. 그분과 더불어 누리는 안식은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행해야 할 그분의 명령임을 깨닫게 되어 감격스럽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매일의 분주한 세상을 잠시 잊고, 그분과 함께 참된 안식을 누리기 원하십니다. 진정한 ‘쉼’을 통해서 그분께서 주시는 ‘평화 체험’이 가능하다 하십니다. 그분처럼 세상에 평화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그분 안에서의 ‘쉼’을 통한 힘의 축적이 필요하다 하십니다.
쉼과 안식은 그분께서 주신 멋진 선물입니다. 그날 복음의 제자들처럼 힘써서 일하고 난 후에 얻어지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이 때문에 주님을 빼놓고 세상 것으로만 그 시간을 채우면 허망합니다. 그분 없이 세상의 즐거움과 오락만으로는 결코 평안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나를 위하여 빚어 만든 백성, 이들이 나에 대한 찬양을 전하리라”(이사 43,21)고 당신께서 인간을 지으신 뜻을 명확히 밝히십니다. 인간의 가장 고상하고 소중한 의무가 그분을 찬양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십니다. 이 진리는 온 마음을 쏟은 미사참례를 통해서 충분히 체험됩니다. 그분을 찬미하고 기도 드릴 때 절절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읽으면서 흠뻑 누립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그 순간순간을 통해서 얼마나 큰 평화를 선물 받는지, 증언하고 지냅니다.
오늘, 열심히 미사에 참례하고 기도하는데도 그분의 위로를 느끼지 못한다면 스스로의 신앙을 점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날 주님께서 일으키신 이적(異跡)을 탐하며 구경하려했던 군중의 마음은 아닌지 스스로의 믿음을 살피기 바랍니다. 어쩌면 그분께로 몰려들어 고단한 주님을 쉬지 못하게 훼방 놓았던 ‘많은 군중’의 한 사람에 불과할지도 모르니 자신의 열심을 세밀히 재어보기 바랍니다. 어느새 그분을 잃고 그분을 잊은 ‘무늬 신자’로 전락하지는 않았는지 매섭게 따져보기 바랍니다.
그분을 모시고 성실히 노동하지 않는 게으름이 ‘죄’이듯, 그분을 모시고 쉬지 못하는 삶도 그분께 온전히 의탁하지 않는 불신의 행태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교만의 모습이라는 사실도 깊이 새기기 바랍니다.
매일매일, 당신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충실한 사람이 진정한 그분의 제자입니다. 제자로서의 소명을 다하여 살아갈 때, 그분께서 선물하신 참된 안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일상의 분주함을 모두 맡겨 드림으로 진정한 쉼을 누리는 큰 제자로 승격하시길 축원합니다. 그분께 쉼을 선물해 드리는 믿음의 멋쟁이로 우뚝 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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