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지목구는 선교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8일 몽골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주교좌 성베드로바오로성당에서는 한국 주재 겸 몽골 주재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주례, 몽골지목구장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와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사비오 혼 타이파이 대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몽골선교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대전교구 사회사목국장 박진용 신부, ‘한 끼 100원 나눔 운동 본부’ 담당 양희창 신부,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김홍거 회장과 배선량 생명분과장, 여성연합회 남기옥 회장 등도 참석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특히 기념미사에서 몽골지목구장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몽골지목구의 성장과 발전을 꾸준히 지원해온 대전교구 측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몽골에서는 선교 20주년을 기념해 마리안느병원 축복식과 한국 미바회 선교차량 전달식 등이 마련됐다.
대전교구는 몽골지목구와의 연대를 통해 형제애를 나누고, 몽골교회 성장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대표적인 교구다.
몽골에는 지난 1992년 원죄없으신성모성심수도회(CICM) 선교사가 파견되면서 오랜 시간 잊혀졌던 선교활동이 다시 시작됐다. 같은 해, 한국 주재 교황대사가 몽골 주재 교황대사를 겸하게 되면서 한국교회와 몽골교회는 끈끈한 인연의 고리를 맺게 됐다.
특히 대전교구는 1997년,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몽골에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Fidei Donum, 신앙의 선물, 교구 사제가 부족한 지역에 사제 파견을 요청하는 교황 비오 12세 회칙)를 파견, 현지 사목 협조만이 아니라 몽골교회 자립을 위한 물질적, 행정적, 영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몽골지목구는 지난 8일 선교 20주년을 맞아 몽골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주교좌 성베드로바오로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몽골에는 6개 본당이 설립됐으며 세례 받은 신자 수는 800여 명에 이른다. 또 세계 각국에서 81명의 선교사들이 파견돼 활동 중이다. 한국인 선교사는 28명으로 전체 선교사의 1/3을 넘어섰다.
본당 중에서는 항올 성모승천(2002년 설립)과 바양호쇼 성소피아(2012년 설립) 본당이 대전교구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들에 의해 개척됐다.
▲ 9일 몽골지목구 주교좌 성베드로바오로성당에서 열린 선교사 전체모임에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사비오 혼 타이파이 대주교와 한국 주재 겸 몽골 주재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를 비롯한 한국인 선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양호쇼 지역에서는 이준화 신부가 설립한 ‘가나안 복지센터’를 중심으로 농장과 방과 후 교실, 병원 등이 운영된다. 올해 8월 설립 10주년을 맞이하는 항올본당(주임 김성현 신부)은 최근 몽골 제1대 신자들의 신앙 재교육에 박차를 가해 관심을 모은다. 항올본당에서 세례 받은 신자 수는 몽골 전체 신자 수의 35%를 차지한다. 항올본당은 예비신학생 양성 등 몽골교회 성소의 요람으로서도 큰 기대를 모으는 신앙공동체다.
이와 함께 교구는 대전가톨릭신학대학교를 통해 몽골인 신학생 2명을 양성 중이며, 몽골교회 안팎에서 활동할 인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일반 몽골인 유학생들도 지속적으로 후원한다. 이러한 후원활동은 현재 대전교구 한끼나눔운동본부와 몽골선교후원회, 마리안느병원후원회 등을 중심으로 교구민과 전국 각지의 뜻있는 신자들의 뜻을 모아 이어지고 있다.
◆ 몽골 마리안느병원 축복
몽골지목구뿐 아니라 울란바토르 인근 지역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무료 병원 건립이 결실을 맺었다.
9일 울란바토르 성긴하에르항구 10동 바양호쇼 지역에서는 한국 주재 겸 몽골 주재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주례로 ‘마리안느병원’ 축복식이 거행됐다. 이날 축복식에는 몽골지목구장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와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를 비롯해 대전교구 방문단과 몽골 선교사 및 신자들이 참가했다.
‘마리안느병원’은 지난 2005년, 평생 튀김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 6000만 원을 기부한 정한용(마리안느·66) 할머니의 정성에 이어 대전교구를 비롯해 전국 각지 신자들이 십시일반 전달한 후원금으로 건립됐다. 병원 이름은 첫 기부자인 이름을 본따 지었다.
새로 선보인 병원은 연면적 1485㎡, 3층 규모로, 1층에는 치과 및 이비인후과, 소아과, 내과 등의 외래진료실을, 2층에는 각종 검사실을 갖췄다. 3층은 봉사자들의 숙소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 몽골 마리안느병원 축복식이 9일 울란바토르 성긴하에르항구 10동 바양호쇼 지역에서 거행됐다.
◆ 인터뷰 /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신앙의 뿌리 탄탄히 내리도록 적극 도울 것”
▲ 유흥식 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지난 6~12일 몽골 선교 20주년 기념미사 및 행사 참석, 사제방문 등을 위해 몽골교회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유 주교는 몽골 방문 직후 가톨릭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대전교구 사제들이 사목하는 공동체 안에서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까지 모두가 어울려 하느님 백성의 모습을 이루고, 복음을 실천하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몽골교회의 사제는 물론 평신도 지도자와 사회복지사 양성 등 성경 말씀에서처럼 바위 위에 집을 짓는 지혜로운 사람들을 양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몽골교회가 선교 20주년을 맞이했지만 아직은 어린 교회로서, 무엇보다 신앙의 뿌리를 탄탄히 내리도록 돕는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유 주교의 지적이다. 이른바 신앙의 선배, 신앙의 모범이 없다는 것은 몽골교회가 여전히 넘어서기 힘든 약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대전교구는 피데이 도눔 사제 파견을 기점으로 몽골지목구가 독립적인 지역교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펼쳐왔다. 그 중 몽골인 사제 양성 후원은 아시아복음화에 기여하는 한국교회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도 관심을 모은다. 현재 대전가톨릭신학대학에서는 몽골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제가 될 꿈을 품은 신학생 2명이 대전교구 후원으로 수학 중이다.
“지금은 몽골 신자들이 초대 교회 그리스도교 공동체처럼 신앙인답게 생활할 수 있는 사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선교사제들은 먼저 그들 곁에서 진정한 사제의 모습으로 현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 주교는 “선교사제는 ‘사랑의 사람’으로 특정 활동에 치중하는 것보다 우선 현지인들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며 그들 곁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제들이 먼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또한 그 말씀으로부터 모든 힘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교구는 내적으로는 선교사제 양성을 위해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신학생 때부터 현지인 사목 체험 기회를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사제 양성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특히 유 주교는 한국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의 모습을 적극 실현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 또한 스스로 선교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도 해외교회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그동안 받은 은혜에 감사해야할 것입니다. 감사는 복음적 삶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평신도들이 몽골에서도 ‘신앙의 한류’ 또한 일으켜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