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가 세상을 향해 창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이자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그 의미는 더욱 강렬해지고 있습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사비오 혼 타이파이(Savio HON Tai-Fai) 대주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세상에 적용하는 게 교회 전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어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 10일부터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을 비롯해 절두산순교성지, 명동성당 등을 둘러본 후 서울대교구청을 방문, 교구 현황을 듣고 13일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혼 타이파이 대주교. 교회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아시아를 포함한 선교지역 교회를 관장하는 인류복음화성 책임을 맡고 있기에 많은 질의가 보편교회 안에서 적잖은 잠재력과 함께 난제로 떠오른 중국교회 문제로 쏠렸다. 혼 대주교는 “교황청으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중국 천주교애국회와 중국 주교회의가 교황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중국교회가 교황의 승인 없이 주교를 임명하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정책에 아직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혼 대주교는 지난 7일 주교 서품식 후 천주교애국회를 탈퇴하겠다고 밝힌 상하이교구 마다친(馬達欽·44) 보좌주교가 중국 당국자들에 의해 납치된 문제와 관련해 “마 주교는 교회의 사람이며 하느님의 사람일뿐 아니라 중국의 충실한 국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50년 전 생긴 종교정책이 교회나 중국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며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혼 대주교는 전 세계 교회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세속화 문제와 관련해 세속주의와 세속화는 구분되어야 한다면서 “세속주의는 하느님은 계시지만 우리 삶으로부터 하느님을 제쳐놓고 살아야 한다는 주의로 무신론과 연관돼 있다”며 “하느님에 대한 열망을 우리 삶으로부터 몰아내면 그 자리는 결국 물질 재화 등이 차지하게 돼 하느님을 잃고 인간성마저 잃어버리게 되어, 우리 미래 삶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새 복음화는 복음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복음이 선포되는 상황이 변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 삶과 신앙이 너무 괴리돼 있어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새 복음화를 신앙인들의 내적인 면을 다지는 것으로 정의한 혼 대주교는 새 복음화가 믿지 않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일차적 복음화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형제교회들이 한국교회를 인정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평판을 좇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혼 대주교는 많은 교회와 신자들이 하느님과 멀어지는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세상의 도전을 이겨내고 하느님 나라로 나아가는지 배우고 싶다며 한국교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